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거제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요금 인하를 줄곧 요구해 온 지역 정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거제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요금 인하를 줄곧 요구해 온 지역 정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거가대교. 거제시 제공

거제시의회는 15일 열릴 제235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안석봉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안건이 상정 조차 되지 않았다. 이 결의안은 당초 거제시의원 16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으나 국민의힘 소속 8명 의원이 동의를 돌연 철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시의회는 민주당 소속 8명만이 동의한 ‘반쪽 결의안’을 상정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공약이행 촉구 TF ’팀 을 구성하고 요금 인하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제시의원 16명 전원 동의를 받자마자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단독으로 서명 운동에 돌입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원 동의를 구한 만큼 민주당 단독이 아닌 거제시나 시의회 차원에서 서명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이 모두 동의해 놓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동의를 철회해 통행료 인하를 원하는 시민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지 못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견해 차이로 ‘서로 니탓 ’ 공방을 벌이면서 결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자 시의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거가대교 요금 인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대변기관인 시의회가 되려 지역정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서일준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안 심사 회의장에서 “정부 주도로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 용역비 5억 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전기풍 의원(거제2)이 대표 발의한 ‘거가대교 마창대교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민 김모 씨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라는 대의명분에 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시의회가 대의를 망각한 채 서로 감정 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고 비난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을 잇는 거가대교는 총 연장 8.2㎞ 구간으로 민간자본 9924억 원과 국가재정 4473억 원을 투입해 2011년 1월 개통됐지만 전국 최고의 비싼 통행료로 악명이 높다. 승용차 기준 왕복 2만 원이다.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통행료 인하 요구에 따라 2020년 화물차 통행료가 일부 인하됐으나 이후에는 제자리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