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들 고령… 직권조사 시급”
- 진화위, 내달 9일 피해접수 마감
1960년대 부산지역 최대 부랑인 시설 ‘영화숙·재생원’을 비롯한 권위주의 정권기 집단수용시설 피해 생존자들이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형제복지원(부산)·선감학원(경기도) 외에도 ‘갱생’과 ‘복지’를 내세운 대규모 인권유린에 휘말린 피해자가 전국에 있는 만큼 서둘러 피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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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시설수용 피해 생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진정 및 직권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 전국 8개 시민단체는 1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위주의 정권기 집단시설에 수용됐다가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회견에는 당대 부산 유일의 부랑인 시설 ‘재생원’ 피해자 손석주(59) 씨(국제신문 지난 1일 자 1·6면 보도) 등 7명이 진정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로서 진정에 동참한 이는 모두 3명이며, 나머지 4명은 서울시립아동보호소, 대구시립희망원, 김천 중생원 피해자 등이다.
2기 진화위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기까지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사망·상해·실종사건 등을 대상으로 한 사건 접수를 다음 달 9일 마감한다.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처럼 피해 생존자 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던 사건은 집단 진정 끝에 진실규명이 결정됐다. 그러나 영화숙·재생원 등 전국의 여러 시설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은 현저히 적었다. 영화숙·재생원만 해도 지난 1일 기준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신청만 접수됐다.
시민단체들은 진화위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이미 사망했거나 실종됐으며, 생존한 피해자들 역시 고령이라 직접 신청에 어려움이 많다. 설사 진상규명을 신청할 만한 여건이 되더라도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기를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손 씨만 해도 오랜 세월 그 누구에게도 재생원에서 겪은 지옥 같은 삶을 밝히지 못했다가 본지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손 씨는 “8세 아이부터 50세가 넘은 사람까지 같은 방에 수용됐다. 죽은 아이들은 인근 갈대밭 습지에 가라앉히거나, 심지어는 화장실 변기에 버려졌다.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며 직권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987년 기준 공식 집계된 부랑인 수용시설은 36곳으로 파악된다.
진화위는 진상규명에 관한 전반적 여론이 좀 더 확산한다면 직권조사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진정인들을 비롯한 여러 국민이 당시 피해를 봤고, 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사회적으로도 사안에 대한 규명 필요성이 인식된다면 직권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형제복지원 등 수용시설에서의 대규모 인권유린 문제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도 올해인 만큼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시설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여론이 형성된다면 당연히 직권조사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