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20년 7월 본격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내년 도시공원 해제가 예정된 남구 용호동 이기대 공원 내 삼성 부지 매입을 위해 400억 원대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해당 부지를 매입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보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나, 일각에서는 국내 1위 대기업 땅을 매입하기보다 개발 가능성이 더 높은 타공원부터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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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이기대 해안 산책로 전경. 국제신문DB |
17일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남구 이기대 공원 내 삼성문화재단(약 32만5000㎡) 부지 매입비 439억 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앞으로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시에 따르면 이기대공원(125만868.8㎡)은 국공유지 약 53만2000㎡, 사유지 약 73만8000㎡로 구성된다. 이미 삼성문화재단 부지를 제외한 사유지 41만㎡가량을 453억 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이 부지는 내년도 도시공원 해제가 예정되어 있다. 시는 삼성문화재단의 부지를 사들여야 이기대공원을 앞으로도 녹지로 남기거나 문화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유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면 토지주는 해당 토지를 개발할 수 없다. 대신 정부·지자체가 해당 토지를 유상매입하는 게 원칙이며, 20년이 지나도 매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원일몰제에 따라 사유지를 다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삼성 부지는 2020년 7월 공원 일몰제 요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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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국가지질공원 중 한 곳인 남구 이기대 지질탐방로 전경. 국제신문DB |
해당 부지는 2020년 시가 ‘임차공원’의 형태로 보전을 추진했다. 보전을 전제로 특정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한 뒤 토지 소유주에게 지방세 혜택 등을 주는 방식이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난개발을 막을 수 있어 도시공원 일몰제의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삼성 측이 ‘무상 임대가 배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논의를 중단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 도시공원이 해제되면 다른 개인 사업자가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발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는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부지가 개발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야 지대로 매입 우선 순위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삼성문화재단 부지는 개발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다. 시민사회와 논의해 예산 우선 투입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보전을 위해 삼성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산시의회 이종진 복지환경위원장은 “시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무상 기부를 받을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며 “다만 이기대 공원 녹지 보전에 필수적인 예산이라면 오히려 과감한 증액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은 소유 중인 해운대구 장산 토지(약3만8000㎡)를 구에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