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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1> 머리와 다리 ; 생명체 모양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1-21 19:35: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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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땅콩이랑 같이 마른 오징어를 먹을 때 가장 맛없는 부위는? ①머리 ②몸통 ③다리. 만일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①번이라고 대답하기 쉽다. 가운데 두툼한 몸통은 살이 부드러워 맛있고 아래쪽 다리는 질겨도 그런대로 씹는 맛이 난다. 하지만 위쪽 머리 부위는 억세고 퍽퍽하며 별맛이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오징어라는 생명체를 전혀 모르고 낸 잘못된 문제다. 문제 자체가 오류다.

머리 아래 다리 두족류 몸통 아래 다리 외계인.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은 두족류(頭足類)다. 머리(頭) 아래 다리(足)가 달려서다. 사람은 몸통 아래 다리가 있지만 오징어는 머리 아래 다리가 있다. 즉 오징어는 위로부터 지느러미-몸통-머리-다리의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오징어 머리라고 하면서 맛없게 먹었던 부위는 실은 머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다. 지느러미 아래로 내장과 항문이 들어 있는 몸통이 있다. 그 아래로 눈과 입이 있는 머리가 있다. 오징어 눈깔이 달린 부위다. 그 아래로 오징어 다리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腕)과 발다리(足脚)다. 그러므로 오징어를 먹을 때 가장 맛없는 부위는? ①지느러미 ②몸통 ③머리 ④다리. 이렇게 문제를 옳게 냈어야 했다.

두족류 중 팔완목(八腕目)에 속하며 8개 다리를 가진 문어 낙지 주꾸미는 몸통 바깥쪽 지느러미가 작고 얇기에 지느러미를 머리로 오해할 일이 없다. 그러나 십완목(十腕目)에 속하며 10개 다리를 가진 오징어 한치 꼴뚜기는 몸통 위 지느러미가 비교적 크기에 지느러미가 머리처럼 보인다. 또한 오징어 한치 꼴뚜기는 몸통 아래 머리 부위가 문어 낙지 주꾸미보다 비교적 잘 드러나 보인다.

이들 두족류 연체동물들은 어째서 머리 아래 다리가 붙어 있는 걸까? 팔다리가 머리 아래 붙은 포유류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포유류인 인간의 관점에서 보자면 머리와 몸통이 뒤바뀐 꼴이다. 그러니 오징어 가장 위에 있는 지느러미를 머리라고 오해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오징어처럼 머리 아래 다리가 달렸다고 해서 비정상적 잘못된 모양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처럼 몸통 아래 다리가 달렸다고 정상적 잘된 모양은 아니다. 제각각 그냥 그렇게 발생한 몸의 모양이 생존에 적합해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만일 언젠가 오징어와 문어 등 두족류 동물들이 높은 지능을 가지게 되어 해저문명을 이루어 육상문명을 이룬 인류와 비등하게 소통하게 된다면? 머리 아래 팔다리가 달린 저들과 달리 거꾸로 몸통 아래 팔다리가 달린 인간을 어찌 보게 될까? 만일 우주 저 먼 곳에 문명을 이룬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 인간처럼 머리-몸통-팔다리로 이루어져 있을까?

ET 등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온 머리-몸통-팔다리 모양의 외계인 모습은 기괴하다. 그러나 머리-몸통-팔다리로 이루어진 인간의 관점에서 사람 모양 비슷하게 만든 제작물이다. 또한 인간이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만 산다는 보장도 못 한다. 수십만 년-수백만 년-수천만 년-수억 년-수십억 년 장구한 시간과 세월 속에서 머리-몸통-팔다리 생명체와 영 다른 모양의 생명체가 변화무쌍하게 등장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 관점의 좁은 생각에서 벗어날 일이다. 그래야 그럴듯한 상상이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다. 이매진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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