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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된 교장샘 "귀촌 뒤 60여 국 출사, 로망 이뤘죠"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15> 배현기 디지털사진작가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2-11-29 19:40:0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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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후 전원생활 꿈꾼 교장

- 도시 근교 등 조건 맞는 곳 발품
- 마을개선사업·자치개발 참여 등
- 주민과 동화되려 부부 함께 노력

# 취미생활이 제2 직업으로

- 日 유학 때 카메라에 빠져 독학
- 한국디지털사진가協 작가 데뷔
- 해외 누비며 작품 찍고 개인전도


◇ 배현기의 인생Tip

인생일모작 때처럼 초지일관하여 전력투구하라

배현기(오른쪽) 작가가 인도에서 출사여행을 하던 중 길에서 만난 인도 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은퇴 후 귀촌은 퇴직을 준비하는 많은 이의 로망이다. 그런데 로망은 로망일 뿐. 충족하기 어려운 전제조건이 적지 않다. 가족의 동의, 대도시의 근교, 재정적 문제, 마을 사람들과 화합…. 이도 저도 쉽지 않다. 그런데 수소문해 보니 전제조건을 구비해, 이제 날마다 맑은 공기와 흙냄새를 맡으며 지내는 이가 있다. 고교 교장으로 퇴임 후 귀촌했다는데, 지금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아내와 함께 즐기며 인생일모작 때 미루어 둔 충만감을 만끽한다고 한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울주군 두서면 서하마을입니다. 언양읍에서 차로 10분 거립니다.

-어떻게 여기에 귀촌하게 되셨나요?

▶제가 부산기계공고 교장으로 퇴직하던 11년 전에는 전원주택 붐이 있었어요. 지연 혈연 학연 하나도 없었지만 여기 동네가 좋아 들어왔어요. 이 마을은 KTX 울산역까지 30분 거리이기에 한 시간이면 부산역에도 도착할 수 있습니다. 사통팔달이죠. 10분 거리에 병원이 있고 울산 시내버스가 다니죠. 그리고 코끝이 시릴 정도로 공기가 맑아요. 집 앞에는 앞마당 텃밭에 유용한 실개천이 돌아 흐릅니다.

-귀촌에 성공하기까지 노력이 좀 필요했죠?

▶당연하죠. 귀촌은 몸만 농어촌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래서 퇴직하기 전부터 준비해야겠더군요. 도시민과 시골 사람은 추구하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사귐이 쉽지 않습니다. 어울리기 위해서는 마을의 정서에 어느 정도 동화되어야 합니다. 마을을 위해 진심으로 행동해야죠. 끈기도 필요하죠.

배현기(맨 오른쪽) 작가가 아내(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함께 색소폰을 배워 울주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를 하고 있다.
배현기 교장은 마침 술도 사람도 좋아하기에 정착 초기에는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를 깨나 마셨다. 그리고 마침 시작되었던 마을개선사업, 휴먼케어 사업에도 열심히 참여했고, 울주군의 주민참여예산위원, 주민자치개발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노인들에게는 장수사진을 찍어드리는 노력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 70여 가호 마을과 좀 편해지는 순간을 느꼈다. 마침 교장 출신 귀촌자가 두 분이나 더 계시고, 아래 동서가 귀촌해 들어왔기에 어느 틈엔가 무던해졌다.



-마당 앞에 저 것은 무선통신 안테나인가요?

▶네, 아마추어무선국(HAM Radio) 안테나입니다. 교사로 재직하던 중 공부에 갈증이 있었습니다. 1984년 일본 문부성 장학금으로 유학을 가 전자통신 공부를 했지요. 지금은 아마추어무선 1급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요. 햄을 통해 자유롭게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것도 귀촌 생활의 즐거움이죠.

-디지털사진작가로 명성이 높더군요.

▶유학을 간 일본에서 카메라에 쑥 빠졌었지요. 장학금 전액을 투자해 카메라를 사버렸죠. 아내가 저를 ‘열혈 독학파’라 해요. 한번 시작하면 막 파고들어요. 그렇게 아날로그 사진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DSLR 대열에 동참했었지요.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에 가입했고, 어디 가든지 디카를 들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2012년 부산기계공고 교장으로 퇴직할 때 첫 전시회를 열었어요. 재임 4년 동안 4만3000평의 넓은 교정의 사계를 디카에 담곤 했는데, 퇴임식 때 기념전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서 귀촌하시고 디지털 사진작가로 공식 데뷔한 것이군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군요.

▶퇴직하면서 나는 어떤, 무엇을 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국 사진을 선택한 거죠. 그리고선 가장 먼저 해외 출사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퇴직하던 2012년에 3회했고요, 그 뒤 매년 2~5회를 하여 2019년까지 총 24회를 나갔습니다. 남미 아프리카 유럽 발칸 반도 아시아 등 60여 개 국가를 다녔어요. 디지털 사진에 인생 후반부를 완전히 걸었던 것입니다.

-전시회도 하셨지요?

▶그럼요. 개인전은 3회를 했지만, 연합 회원전은 11회를 했습니다. 부산도시철도에 저의 작품이 10여 년 전시되었고, 인도 남미 아프리카의 출사 사진을 가지고 5회의 온라인 전시회를 개최했었어요. 제가 초대작가가 되어 있는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홈피에서 지금도 관람 가능합니다(dpak.or.kr).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 정부로부터 ‘예술인 패스’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첫사랑처럼 빠져들었군요. 사진의 무엇이 그 정도로 매혹적인가요?

▶사진작가는 찰나적인 영감과 감동을 잡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대상을 순식간에 잡아 끌어오되 금욕적 태도를 취하여 그를 지배하지 않는, 그럼으로써 정신적 자유의 경지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진의 특성에 매료되었어요. 본래 있거나 없는 것도 아닌, 색과 상을 사실화하는 묘미가 깊어요. 마침 저는 은퇴 후 제게 들어앉은 시간을 사진으로 대화하는 것이죠.



그는 발터 벤야민(W. Benjamin)이 말한 ‘아우라(Aura)’를 디카 속에서 구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독일 철학자 벤야민은 현장의 대상이 발산하는 저마다의 독특한 어떤 기운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에서 개념을 가져와, ‘사진의 복제기술이 고유한 아우라를 없애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늘날 디카 기술은 아랑곳없이 ‘전시 가치’라는 새로운 경지를 느끼게 한다.



-요즘은 드론 사진도 하신다고요?

▶저는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 무심코 지나치는 것의 얼굴을 일깨우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집 주변에 300평의 논을 장만해 연꽃을 심었습니다. 드론으로 연꽃 사계를 담고 있죠. 물론 다른 곳에도 드론을 날립니다. 벌써 두 차례 개인전도 했어요. 제가 운영하는 ‘여행과 다큐사진’ 카페를 통해 관람 가능합니다(https://cafe.daum.net/hl5bpf).

-아내는 불평하지 않나요?

▶전혀요. 아내가 없다면 저의 존재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모든 것을 아내와 함께 해왔습니다. HAM 운영이나 국내외 출사여행은 물론이고, 영어 일본어 회화공부, 색소폰을 배우고 연주할 때도 늘 함께 다닙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그러하고요. 인생이모작의 성공 여부는 부부 동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그렇게 남편과 합이 잘 맞나봐요?

▶저는 감성적이고 섬세한데, 남편은 대범해서 함께 하면 실수도 없죠. 남편은 끊임없이 매진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기에 인간으로서 존경할 만한 분입니다. 사진에 몰입한 것도 저의 친정아버지와 같아요. 귀촌하여 이렇게 서로 보살피니 참 행복합니다.



배현기는 항상 아내의 마음을 애지중지했다. 아내 또한 남편에게 말했단다. “제 월급으로 애들 공부시키면 되니,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내년 1월에 두 사람은 해외 출사를 하여 ‘네팔인의 삶과 히말라야 풍경’ 사진전을 개최할 계획이란다. 교사 부부였기에 노후 연금은 적지 않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다’고 한 바 있다. 대문호의 질문에 배현기는 여유로운 전원생활, 부부 동행, 안정적 재무, 그리고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취미활동으로 응답하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TIP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귀농 귀어 귀촌을 원하는 이는 고향마을을 다녀오기 전에 일단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국가정책, 각 지자체 정책을 살피는 것이 좋다.

-홈페이지(https://www.returnfarm.com)에는 세제지원 등 각종 정책정보 코너가 있으며, 귀농귀촌 선배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상담 코너도 있다. 또한 이주 전에 희망지에 최대 6개월 살아보기를 지원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신청 코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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