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택시업체가 최저임금 소송 참여를 이유로 노조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임금협정 체결 당사자들이 임금 소송에 나서는 건 사기라는 취지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A 택시업체가 이 회사 노조 전·현직 간부 4명을 상대로 제기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지난 8월 고발장을 넣은 A 사는 노사가 소정근로시간 단축 등을 포함한 임금협정에 동의했는데도 당사자인 노조 간부가 임금 소송을 제기한 건 사기라고 주장했다.
A 사의 2019년도 임금협정서를 보면 노사는 하루 소정근로시간을 ‘1인 1차 기준 4시간’으로 책정하는 데 합의했다. 일반적으로 택시 노사 간 임금협정은 사용자들의 단체인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본부가 합의한 사안을 개별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한다. 단 A 사 노조는 부산 유일의 전국민주택시노조(민주노총) 산하 지부라 노사가 개별적으로 협정을 맺었지만, 협약 내용 자체는 한국노총과 같다.
양측 갈등은 2019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시작됐다. 2008년 국회는 초과운송수입(수입에서 사납금을 뺀 금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최저임금 특례조항을 만들었다. 이에 회사들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기본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례조항 이후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인 노사 협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전국에서 최저임금 소송이 줄을 이었다. A 사 기사 약 90명 역시 2020년 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임협 참여 노조 간부 4명도 동참했다. A 사는 임협 체결에 동의한 당사자가 임금 소송에 나서는 건 협정 위반이란 입장이다. 지역에서 임금 소송을 당한 회사가 부당이득금 소송을 한 사례는 5건가량 되지만, 노조 형사 고발은 A 사가 유일하다. A 사 대표는 “협약 당사자인 노조 간부가 임금 소송에 나서는 건 회사와의 약속을 깨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노사가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최저임금 특례조항의 강행 법규를 위반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한 걸 근거로 임금 소송이 진행돼왔다. 노사 협약 체결 당시 회사를 속일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 만큼 사기죄 성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