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 수강신청법 대폭 수술
- 일각 “인기과목 공급 확대부터”
부산대 재학생 A 씨는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2학기 교양 필수 과목을 5만 원 주고 샀다. A 씨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 일정이 틀어져 어쩔 수 없이 샀지만,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부산대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사진)에는 한 강의에 5만 원은 물론, 10만
~20만 원까지 달라고 했다는 경험담이 속출했다.
앞으로는 수강신청 때마다 극성을 부리던 강의매매와 매크로(자동 클릭 프로그램) 등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5일 부산대에 따르면 오는 22일 시작하는 겨울계절수업부터 수강신청 대기순번제 방식을 도입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이 제도 도입으로 학생들끼리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순번제는 수강 취소자가 나오면 순번에 따라 자동으로 수강 신청되는 시스템이다. 특정 수업에서 1명이 수강 취소를 하면 대기 1번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수강신청 가능 학점 내에서 2과목까지 신청할 수 있고 수강인원의 30%까지 대기순번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특정 수업의 주전공 인원이 30명이면 9번까지 대기할 수 있다.
대기순번제는 총학생회와 대학의 협의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제53회 총학생회 한결이 부산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강신청 제도 개선’ 설문조사에서 ‘대기순번제 도입’이 1위로 꼽혀 올 겨울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수강신청 때마다 극성을 부리던 강의매매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처다.
지금까지는 먼저 수강신청을 클릭하는 사람이 임자였다. 이에 강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간을 맞춰 강의를 사고 팔거나 매크로를 이용해 수업을 잡는 게 가능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정하면 수강신청을 자동으로 반복해서 할 수 있다. 부산대는 매크로 방지 문자를 입력하는 절차를 만들어 로그아웃하는 등 차단 조치하고 있지만, 이를 피하는 꼼수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강신청 강의매매 및 매크로 퇴치에 앞서 수요에 맞는 강의 공급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하는 B(24)씨는 “수강신청을 실패하고 강의실에서 30명이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황당한 일을 겪어보니 강의를 사는 사람 심정이 이해 간다. 매 학기 학생 수요가 많은 인기 강좌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강의실에 배치하거나 수업을 늘리는 등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 대학도 공정한 수강신청 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방식을 도입해 왔다. 연세대는 2015년 수강신청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수강 학점에 따라 마일리지를 부여받고 희망 정도에 따라 마일리지를 임의 배분해 마일리지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수강신청할 수 있다.
카이스트는 수강신청 첫날 희망자를 대상자로 무작위 추첨해 배정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모두 수강하거나 실패할 수 있어 “도박 베팅 같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