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구가 전국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구민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진행을 추진한다. 구는 예방접종 지원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등 사업 시행 준비를 마친 후 1년 뒤 시행할 방침이다.

사하구청 전경. 국제신문DB

사하구 의회는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조례’가 이날 오전 11시 개최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7일 밝혔다. 기초지자체가 주민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무료로 지원한다는 게 조례의 핵심이다.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는 사람 항문과 생식기 주변에서 감염을 유발시킨다. 대부분 자연소멸하지만 일부는 지속적으로 감염을 일으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부산지역 자궁경부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5178명에 불과했던 부산지역 자궁경부암 환자 수가 지난해 5734명으로 4년 새 10.7% 증가했다.

문제는 자궁경부암 환자 증가추세에도 시민들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접종을 꺼린다는 점이다. 예방접종만 마칠 경우 자궁경부암 등에 대해 100% 가까운 예방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일선 병원에서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일환인 가다실 예방접종 1회 평균 비용이 15만~20만 원에 달한다. 접종 효과를 보기 위해선 3차례 접종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 해도 46만~60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작년 가다실 접종을 마친 서모(27) 씨는 “나를 포함해 주변에 가다실 예방접종을 맞은 비율은 10~20%에 불과하다. 접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라며 “기초지자체에서 비용을 지원한다면 특히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초년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조례는 정부 자궁경부암 예방 사업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없앤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정부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진행해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람유두종 바이러스 예방백신 무료 접종을 시작했다. 이를 올해엔 만13~17세 여성 청소년, 만 18~26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으로 소폭 확대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아니거나 2003년 이전에 태어난 여성은 여전히 큰 비용 지불해야하는 등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만 26세 이하로 정했다. 만 26세는 식약처가 정한 가다실4가의 접종 허용 최고 연령이다.

구는 조례 시행일을 공포 후 1년으로 정했다. 구가 질병관리청과 협의해 예방접종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사업 시행을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유영현(민주당) 사하구의원은 “이번 조례는 자궁경부암 사각지대가 심각한 점을 감안해 주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했다. 집행부와 꾸준히 소통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