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 80억… 내년 유동성 위기
- 계약취소 어려워 대책마련 분주
- 전국 농협에서도 유사한 사태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상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어르신들이 피땀 흘려 만든 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없이 안내를 드립니다.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남 남해축산농협이 10%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 가입자가 폭증해 경영 위기에 처했다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돌리고 있는 ‘가입 취소 읍소’ 문자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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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남해축산농협이 고객에게 보낸 사과문. |
8일 남해축협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부터 연 10% 이자의 적금 상품을 대면으로 판매하려 했지만, 직원 실수로 온라인상(비대면)으로 노출됐다. 일반적인 상품이 연 5.2% 이자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이자를 준다는 홍보에 고금리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일명 ‘예테크족’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남해축협 측은 당일 오전 9시께 문제를 파악하고 상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불과 9시간도 안돼 5800계좌 이상 1277억 원대의 계약 금액이 몰렸다. 한도가 없고 여러 계좌 개설도 가능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남해축협은 사태 파악 당일부터 8일까지 전 직원이 총동원돼 문자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해지를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날 기준 판매금액의 5%가량 해지된 상태다.
이날 오후 남해축협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직원들의 읍소로 현재까지 40% 정도 계좌가 해지됐으나, 금액으로는 총 계약 금액의 5% 수준인 60억 원에 그치고 있다”며 “수습이 우선이고 농협중앙회 측과 현재 상황 및 자금운영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의 경영과 고객들의 재산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사후대책을 마련하겠다. 오는 16일까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남해축협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출자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69억1900만 원, 현금 자산은 6억1100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자로 지급한 금액은 8억8300만 원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내년에 70억~80억 원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
금융계에서는 이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파산 위기에 처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가입자가 해지하는 ‘선의’에만 기댈 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50%나 100% 등 터무니없는 이자율을 설정하면 금융사가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자가 10%로 대면으로 판매하려고 했던 상품”이라며 “비대면으로도 판매했다고 취소하기엔 명분이 약하다. 가입자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도 지난달 25일 최고 연 8.2%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다가 가입자가 폭주하자 결국 지난 7일 고객들에게 해지를 요청했고, 경남 합천농협도 같은 일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연 10% 이상의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중앙회 승인을 거쳐 판매하게 했던 것을 지난 7일부터는 대면·비대면 모두 연 5% 이상 상품을 판매할 경우 중앙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등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