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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것과 검은 것으로 눈부신 세상…스님 부디 길을 닦지 마오

사진가 김홍희의 Korea Now <8> 북대(北臺)

  • 김홍희 사진가
  •  |   입력 : 2022-12-08 18:47:5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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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북대 . Nikon D4s, Nikkor Lense 24-120 F4. 1SO 400, 1/1000초, F/13, 66mm 상당
북쪽에 있다고 다 북대가 아닌 게야

거기 부처님이 계시냐 안 계시냐지

계시면 거기는 북쪽도 남쪽도 아니야

그렇다고 중심도 아녀



보름을 안 자고 버텼는데

하루 달랑 남기고 잠에 빠져

삼일 밤낮을 죽은 듯이 자더라네

그렇게 두 번을 실패했지



흔히 마시는 절집 차가 아닌

심심산중의 서양 차가 어떠냐며

마치 귀한 녹차 우리듯

내놓은 맑고 순한 커피



다 마시기도 전에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자리를 뜬 스님

이제나저제나 오시려나



말 상대가 사라지고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다

화들짝

자리를 털고 일어선 북대



검던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세상은 흰 것과 검은 것으로

가득 눈부시네



저기 저 스님

비질을 멈추어주오

놓아두면 저절로 생길 길

나머지는 알아서 하늘이 치울 일인즉



무엇이 그리 애닳아

서둘러 비질을 하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를 뿐이거늘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만들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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