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번영 등 자랑했던 영도
- 소멸 상징이자 축소판 전락
- 고령화·인구유출 위기 맞설
- 市 정책 테스트베드 삼아야
영도. 신라시대 그림자보다 빠른 절영마(絶影馬)가 달리던 곳. 피란민들의 애환을 담은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무대. ‘깡깡이 아지매’로 대표되는 근대 수리조선업의 탄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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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상징이던 영도구가 이제는 소멸의 의미에서 부산의 축소판이 됐다. 국제신문은 ‘먼저 온 부산의 미래’ 영도에서 부산의 해법을 찾는 기획시리즈를 진행한다. 사진은 새해 첫 일출과 함께 촬영된 영도구의 전경. 전민철 기자 |
영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섬으로만 이뤄진 단일 자치단체다. 해발 395m의 봉래산과 태종대를 품은 영도는 SNS 핫플레이스가 된 흰여울문화마을로 더욱 유명해졌다. 옛 영도는 부산의 역사 생활 문화를 오롯이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 안성녀 여사가 전란을 피해 이곳에 살다 1954년 생을 마감했다. 피란민뿐만 아니라 호남·제주에서 일자리를 찾아 건너온 노동자들을 넉넉하게 품어 ‘개방성’을 상징했다. 그랬던 영도가 이젠 ‘소멸의 의미’에서 부산의 축소판이 됐다. 부산의 자랑이었던 영도는 곧 부산 전체가 마주할 불편한 현실을 미리 보여준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증가세는 영도가 부산 평균보다 7년 빠르다. 지난해 영도 인구의 30.1%는 65세 이상이다. 전국 특별·광역시 기초단체 중 인천 강화군(35.2%)에 이어 두 번째다. 통계청은 2030년 영도 고령화 비율이 40%를 넘는 데 이어 2040년에는 두 명 중 한 명이 만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초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다. 부산의 노인인구 비율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21.3%였다. 2030년에는 30.1%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영도의 고령화 비율과 소수점 한 자리까지 똑같다. 통계청은 2040년 부산시민 10명 중 4명(38.4%)이 만 65세 이상이 된다고 내다본다. 한때 400만을 자랑했던 부산 인구도 2030년께 300만 명이 붕괴될 전망이다.
영도의 청년층 이탈도 심각하다. 매년 1만 명대 젊은이가 부산을 떠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봉래산 자락의 신선초등학교는 학년별 학급 하나 구성하기도 버겁다. 한 학급 학생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기자 1954년 설립된 부산남고등학교의 폐교(강서구 이전)가 현실이 됐다. 초중고생이 없으니 유치원·어린이집이 문 닫는다.
생활 인프라 축소는 인구 유출 악순환을 부추긴다. 일자리도 변변치 않다. 산업구조는 5인 미만 사업장이 90%다. 대기업은 수십 년째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하나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이 되는 이유다. 사람이 없으니 공공투자도 느리다. 해운대를 지나는 도시철도 노선은 3개(동해선 포함)인데 영도에는 없다. 사회간접자본(SOC)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대한민국 현실과 닮았다.
합계출산율이 0.9로 떨어진 인구절벽의 시대. 원도심에서는 인구 감소와 유출에 따른 고령화→ 경기 침체→세수 부족→인프라 부실→복지 부담 가중→인구감소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래선 박형준 부산시장의 슬로건인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미 다가온 미래’ 영도에서 부산의 해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영도의 위기는 곧 원도심을 거쳐 부산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영도를 부산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테스트베드로 삼아야 한다”며 “부산시의 ‘15분 도시’ 사업도 산발적으로 진행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당장 내기 힘들다. 영도로 ‘선택과 집중’을 해 부산·울산·경남의 청사진을 ‘다시 고침’ 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