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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숙·재생원 피해자 첫 절규 "50년전 국가·사회 우릴 버렸다"

부산시청 앞 광장서 기자회견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1-04 19: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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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위·市에 진상규명 촉구

“밥 사준다는 말에 따라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습니다. 무자비하게 사람을 때렸고, 아이가 죽으면 ‘똥통’에 버렸습니다. 지금도 무덤 없이 야산에 묻혀 있는 선후배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고 싶을 뿐입니다.”(영화숙 피해자 유옥수 씨·69)
부산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 협의회가 4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영화숙·재생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1960년대 부산지역 최대 부랑아 시설 인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회원들이 4일 부산시청 앞에서 창립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50여 년 전 일어난 인권유린의 진상을 밝히고자 내디딘 첫 걸음이다. 마이크를 잡은 유 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까스로 가다듬으며 영화숙에 수용돼 5년가량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했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협의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와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진화위의 사건 조사 실시 ▷부산시의 시설·피해자 관련 자료 발굴 ▷수용시설 피해자의 상담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요청했다. 협의회 대표이자 ‘재생원’ 생존피해자인 손석주 씨는 “행색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50여년 전 국가와 사회는 우리를 버렸다. 지금은 다를 거라고 믿는다. 피해자들의 절규에 응답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영화숙·재생원은 1962년 부산 서구(현 사하구) 장림동에 자리를 튼 뒤 법인이 해산된 1977년 전후까지 운영됐다. 피해생존자들은 연고 유무에 상관 없이 강제로 끌려와 ‘소대’로 불린 공간에 갇혔고, 농사나 돼지우리 관리 등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원생 중에서 뽑힌 소대장(중간관리자)으로부터 수시로 폭행도 당했다. 형제복지원(1975년~1987년)에서 자행된 인권유린과 판박이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사회활동이 어려운 데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 등이 뒤따라 상당수 자료가 확보된 형제복지원 사건과 달리 증거물이 부족해 지금껏 진상규명 움직임이 더뎠다.

기자회견 후 부산시 등 책임 기관의 후속조처가 나올지 주목된다. 시에 따르면 이날 진화위 소속 조사위원이 시청을 방문해 영화숙·재생원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생존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개별적으로 진화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시 최연화 민생노동정책과장은 “영화숙·재생원 사건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여건인지 진화위에서 파악하고 있다. 시 또한 자료 확보를 위해 작업에 착수했다”며 “진화위 측과 영화숙·재생원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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