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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아프리카 국가 ‘미지근한 표심’에 불 지펴야

부산엑스포 결전의 해 <3> 유치전, 아프리카 잡아라

  •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  |   입력 : 2023-01-05 20:11:5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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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박람회기구 회원 45개국
- 48개국인 유럽 다음으로 많아
- 다수 국가가 사우디 지지 표명
- 부산엑스포에 대한 관심·지지
- 체감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

- ‘경제대국’ 케냐부터 공략해야
- 한 총리, 9개국 대표 만나고
- 순방 나서는 등 유치전 총력

“아프리카만 잡으면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아프리카 대사단 초청만찬(사진 왼쪽), 지난해 가나 방문 당시 웸켈레 케베츠웨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각각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45개 국을 보유한 아프리카 대륙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있어서 유럽(48개 국) 다음으로 많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표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2년 만에 공식 방한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주한아프리카 대사 전체를 초청해 부산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그만큼 아프리카의 표심이 부산으로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신문 취재진이 최근 다녀온 아프리카의 경제 대국 케냐에서조차 부산엑스포 유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아프리카 다수 국가들이 부산의 최대 경쟁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산이 아프리카 표심에 보다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프리카 경제 대국 케냐부터

지난해 케냐 국경일 행사 중 주케냐한국대사관이 부산엑스포 홍보를 위해 마련한 한복 체험 이벤트에서 현지인들이 부산엑스포 푯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외교부 제공
취재진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취재하기 위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방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각국 재외 공관에 세계엑스포 유치 성과를 공관장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3명의 직원만 근무하고 있는 주 케냐 한국대사관에서 세계엑스포유치전을 기대할 수는 없어보였다. 국내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곳 대사관에서도 엑스포 관련 이벤트를 한 차례 진행했을 뿐, 대사관에서는 부산엑스포와 관련한 현수막이나 팜플렛도 보이지 않았다. 여성준 주 케냐 한국대사조차도 부산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한 현지 분위기, 판세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말을 아꼈다. 외교관이라는 입장도 있겠지만 아프리카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여전히 부산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나 부산시 등이 사우디와의 경쟁에서 “해볼만 하다”고 하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유치전에 더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케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경제 대국이다. 또 동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지역 패권국이다. 탄자니아, 우간다 등 인근 국가들과의 통행이 가능하고 경제교류도 활발하다. 케냐가 부산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한 이집트의 표심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이집트학 박사를 전공한 유성환 서울대 아시아 언어문명학 교수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이집트는 지리적으로 아랍권과 아프리카권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충지이다. 지난해 한국의 무기를 수입하는 MOU를 체결하는 등 이집트는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집트에 대한 유치교섭전을 강조했다.

■현재 공략 중인 나라는

부산엑스포 유치위 차원에서도 아프리카 공략에 총력을 쏟고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실시한 3차 PT(프레젠테이션) 참석을 계기로 말리, 모리셔스,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9개국의 BIE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부산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만남 이후엔 모잠비크와 가나 순방에 나서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실었다. 새 정부 출범 원년에 총리가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통상 역대 대통령은 4~5년 차에, 총리는 2~ 3년차에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엑스포 유치에 있어서 아프리카 국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도시로는 처음으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시와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맺었다. 튀니지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연결하고 있어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차원에서는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각 기업들이 아프리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교섭전을 전개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10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도 외교부 장관 특사 자격으로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해 부산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도 외교부 장관의 첫 번째 기업인 특사 자격으로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했다.

■파리에서도 치열한 BIE 대표 공략

통상 세계 각국의 BIE 대표는 국제박람회기구가 위치한 파리 현지에 있는 주 프랑스 대사가 겸직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과거에는 국가의 왕족이나 친척들이 프랑스 대사를 맡았기 때문에 이들이 표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비밀 투표로 진행되는 표결에는 BIE대표가 자의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이 있어 정부 입장과 다른 투표 결과가 자주 나왔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에서 표심을 잡기보다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국가 BIE 대표를 대상으로 유치전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아울러 시대가 변하면서 아프리카 국가의 BIE 대표들도 외교부 장관 출신 등 외교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바뀌고 있다. 가령 케냐의 BIE 대표는 주 프랑스 케냐 대사관 소속 공무원이다. 투표 시스템도 좀더 투명해지면서 1개국의 투표권 행사 시에 두 사람이 나와 상호 감시 하에 투표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경쟁 판세 전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적 유치활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글로벌 엑스포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에 부산엑스포 유치위 간사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당초 예산 213억 원 보다 41억 원 증액해 총 254억 원을 확보했다. BIE 총회 참가 등을 계기로 한 유치교섭활동 강화와 공식 리셉션 행사 및 기업의 민간네트워크 활용 유치지원 명목으로 72억 원 추가 확보를 시도했지만, 41억 원 증액에 그쳤다. 부산엑스포 유치위는 특히 올해 11월에는 개최지가 결정되는 만큼 각국 BIE 대표를 비롯해 개최지 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발굴하고, 공신력 높은 행사 또한 부산엑스포 유치와 연계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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