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구 카페 명소 흰여울마을
- 도로 건너면 빈집이 듬성듬성
- 전교생 42명… 일부 전학 고려
- 통학로 편도 1차로 차량 쌩쌩
- 안전펜스조차 없고 정비 뒷전
- “남겨진 마을사람들 외로움 커”
부산 영도구의 서부 해안. 남항을 바라보는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가 자랑하는 대표 관광지다.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전국 SNS 성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하지만 흰여울마을에서 도로 하나를 건너면 준공 54년을 맞은 영선아파트와 46년째인 영선미니아파트 뒤로 봉래산 자락의 산복도로가 이어진다. 관광객은 느는데 인구는 유출돼 고지대 좁은 골목 사이로 빈집이 즐비하다. 부모들은 그런 빈집 사이로 통학하는 초등학생들을 늘 불안하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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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이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 영도구 신선동과 영선동 일대. 바다와 인접한 흰여울문화마을 쪽으로 신선초등학교(노란색 점선)와 신선중학교가 보인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 흰여울마을 배후지의 속살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지난달 20일 영도구종합사회복지관 옆 한 빌라 인근. 이곳은 흰여울문화마을·남항대교와 송도 앞바다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공영주차장도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빈집이 널려 있다. 단층이 아닌 복층 건물도 통째로, 혹은 듬성듬성 비어있는 모습이다. 다소 깔끔한 외관인 주택도 가까이 접근하면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기운이 느껴졌다.
취재진이 신선초등학교 일대 주택을 훑어보니 한집 너머 한집 꼴로 ‘주택전기계량기’가 없었다.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빈집이란 뜻이다. 영도구에서 신선초 일대인 영선2동과 신선동은 빈집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영도구 12개 동의 빈집(공폐가)은 1099채다. 이들 중 영선2동(193곳)과 신선동(199곳)에서만 392곳으로 35.6%에 달한다.
■ 6학년 없는 미니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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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신선초등학교의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신선초등학교의 통학로는 급경사를 따라 이어져 있고, 주변으로는 빈집이 많아 통학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이원준 기자 |
빈집 밀집지를 거쳐 스키 활강 코스에서나 볼 법한 내리막을 지나니 신선초등학교 통학로가 보였다. 전교생이 41명에 불과한 탓인지 여느 초등학교 등굣길에서 들릴 법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른 등교시간임에도 학교 앞 편도 1차로에는 1분 새 5대 가까운 차가 지나다녔다. 시속 30㎞는 족히 넘는 차량들 사이로 키 작은 저학년 학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등교하는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했다. 그 흔한 안전펜스나 과속 단속카메라는커녕 속도제한 알림판조차 찾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정비사업(영도 제1재정비촉진5구역)이 추진되는 탓인지 통학로 정비는 뒷전인 듯 했다.
신선초는 동급생이 10명 넘는 학년이 3학년(12명)과 6학년(16명)뿐이다. 1학년과 2학년은 각각 2명과 3명에 불과했다. 5학년은 아무도 없어 아예 학급 구성이 안 됐다. 6학년들이 곧 졸업식을 하면 6학년이 사라지는 셈이다. 신입생은 7명에 불과하다. 4년째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신선초에서 학교교통지킴이를 하고 있는 이일용(70) 씨는 학생들의 감소세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처음 일할 때만 해도 학생이 80명 넘게 있었는데 4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전했다.
재학생 중 일부는 통학 불편을 이유로 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학년생 학부모인 30대 후반의 A 씨는 “이사를 했지만 아이는 신선초에 보내고 있다. 현재 사는 곳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까봐 전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학년에 3명뿐이라 한 명과 관계가 틀어지면 나머지 한 명만 친구를 사귀어야 해 학부모로서 교우 관계에 걱정이 크다”며 “매번 차로 통학을 시키다보니 등교시각을 일정하게 맞추기 힘들어 집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 일대는 봉래산 등산객들이 간혹 나타나는 것 외에 행인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40년 넘게 영도에서 살았다는 전승근(76) 씨는 “우리 아이 2명도 이 학교를 나왔는데, 직장 찾아서 영도에서 일찌감치 나갔다”며 “여기 노인 많은데, 요새 추워서 잘 안 나온다. 이따가 복지관에서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시간이 될 때면 노인이 좀 있을 거다”고 말했다. 전 씨의 말대로 무료급식 시간이 임박하자 골목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 관광객 늘어도 인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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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초등학교 통학로 인근 빈집 추정 건물. |
신선초도 한 때 오전·오후반을 운영해야 할 만큼 학생 수가 많은 적이 있었다. 학교 아래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60) 씨로부터 동네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신선초 8회 졸업생인 그는 “태어나서 신선동에서만 살았다. 과거에는 학생이 넘쳐 일주일은 오전에, 그 다음 주는 오후에 등교를 했다. 신선초 운동회가 열리면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끌벅적했다. 그날이 곧 신선동의 마을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녀 셋도 모두 이 학교 출신인데, 막내(1997년생)가 입학한 이후 학생 수 감소가 시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97년 영도구의 인구는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김 씨는 “저 앞(흰여울마을)에 카페가 들어선 후 관광객은 많아졌지만 정작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의 삶은 바뀐 게 없다.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외로움은 더 커졌다”며 “낙후한 우리 동네의 집과 시설, 그리고 여기 남은 사람들이 관광 상품화가 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은행
◇ 영도 신선초등학교 학생 수(작년 말 기준) |
1학년 |
2학년 |
3학년 |
4학년 |
5학년 |
6학년 |
2명 |
3명 |
12명 |
9명 |
0명 |
16명 |
총 42명 |
◇ 학급 평균 학생수 |
영도구 |
신선초 |
부산 전체 |
17.5명 |
6.8명 |
21.8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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