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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8> 지각에서 지혜까지 : 그 밑 무의식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1-09 19:07:3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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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신 ②의식 ③인식 ④지각 ⑤지능 ⑥지혜 ⑦지식 ⑧인지 ⑨자아 ⑩감각 ⑪이성 ⑫생각 등…. 무작위하게 나열된 이런 개념들은 서로 어떤 공통점이나 연관성이 있는 걸까? 비슷한 12개 개념들이 얽힌 복잡한 철학 문제이기에 복합적으로 엮어 하나의 글로 나타낼 수 있다. 필자라면 다음과 같이 쓰겠다. 주어진 순서와 상관없이 서로 연결해서 쓰겠다.

물질과 다른 생명의 공통점은 자극에 반응한다는 거다. 반응하려면 감각(感覺 sense)이 있어야 한다. 단세포 원생생물인 아메바도 감각한다. 감각은 생명체 최초의 필수 조건이다. 단순한 감각 능력은 뭔가를 아는 지각(知覺 perception) 능력으로, 더 나아가 뭔가를 인정해서 아는 고등한 인지(認知 recognition) 능력으로 발전한다. 표범은 사냥감이 어떻게 달아날 줄 인지하기에 사냥할 수 있다. 인지의 뇌가 전두엽에 자리 잡으면 뭔가를 분별하고 판단해서 아는 인식(認識 awareness)이 된다. 늑대왕 로보는 꽤 발달한 인식 능력으로 인간을 농락했었다. 인식이 자기 자신을 향하면 의식(意識 consciousness)이 된다. 그런 의식을 자아(自我 ego)라 한다. 자기에 관해 생각하는 자아의식이나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싱킹은 의식의 발로다. 생각은 순우리말인데 생겨난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한자로 생각(生覺 thought)이라 해도 무방하다. 생각의 응축된 결정체가 정신(精神 spirit)이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스피릿이라 하는데 정신도 의식이나 생각을 증류한 에센스이거나 농축한 엑기스일 듯싶다. 머릿속 이런저런 생각들이 이어지면 슬기(sophia), 즉 지혜(智慧 wisdom)가 된다. 지혜는 이성(理性 reason)과 지능(知能 intelligence)을 지닌 인간들의 머릿속 파편적 지식(知識 knowledge)들이 복합되고 중첩되어 이루어진 결과다. 그래서 한자로 지혜의 지(智)는 지식의 지(知)와 달리 해를 뜻하는 日이 들어 있다. 단편적 지식과 달리 여러 날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해묵은 종합적 지혜다.

위와 같이 12개 단어들이 들어간 글을 쓰니 12개 개념들의 상대적 의미들이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인간만이 이런 문제로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정식 학명인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롭게 생각하는 지적 인간이라는 뜻을 지닌다. 지적 능력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분석해서 아는 과학적 인간인 호모 사이언스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식 이성 지혜 등 인간이 자부하는 인간의 머리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인물이 있었으니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다. 인간의 정신을 분석했더니? 의식 이성 지혜와 단절된 무의식이 물 위로 드러나지 않는 빙산 아래처럼 커다란 저변을 차지하고 있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사실 여부를 떠나 프로이트의 무의식설은 인간 우월주의를 와장창 전복시켰다. 그 펀치력은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뒤엎은 다윈의 진화론만큼이나 셌다. 용납 안 될 성적 욕구, 시기와 질투, 수치스런 기억들, 추악한 욕심, 부도덕한 충동, 비합리적 동기, 이성과 감성 아래 본성…. 뭐 이런 것들이 무의식을 이루고 있다니? 고고한 이성, 고결한 정신, 고상한 지혜는 뭘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인간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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