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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문제를 보는 4가지 기준

김해창 교수의 '원전의 정치경제학'<1>

  •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   입력 : 2023-01-25 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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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전 최강국’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의 탈원전정책 폐기를 넘어 ‘원전폭주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원자력정책 추진’을 말하지만 정작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문 정부 때 원전업계·학계, 야당(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 검찰이 ‘탈원전 반대’ 논리를 펴면서 어느새 원전 문제는 정치이데올로기화하고 가짜뉴스와 더불어 진영별로 확증편향으로 증폭돼왔다. 에너지문제는 국가의 기간으로 정책 수립과 집행에 민주적 절차와 국민적 총의를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시민토론회’를 찾은 패널들이 5대 5 토론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핵무기라 쓰면서 발전은 왜 원자력

‘원전의 정치경제학’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앞서 여야 진영을 넘어서 에너지로서의 원자력발전(핵발전)에 대해 쟁점과 판단기준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에 앞서 ‘원자력발전’과 ‘핵발전’이란 용어부터 먼저 살펴보자.

‘원자력발전’은 영어로는 ‘어토믹(atomic)’이 아니라 ‘누클리어 파워 제너레이션(nuclear power generation)’으로 주로 쓴다. 영어로 ‘nuclear weapon(핵무기), nuclear power(핵발전), nuclear submarine(핵잠수함)’과 같이, ‘nuclear’는 ‘핵’으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핵전창(核電廠, 허디안창)’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원발(原發, 겐바츠)’이라고 쓴다.

‘원자력(nuclear power)’이라는 단어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핵분열 방사성 물질의 붕괴, 중수소·삼중수소 등의 핵융합에 의해 방출되는 핵에너지를 가리킨다. 원자핵 변환은 원자핵 붕괴와 원자핵 반응으로 분류되는데 핵반응은 다시 원자핵분열반응과 원자핵융합반응으로 나뉜다. 원자력에너지(nuclear energy)는 원자핵의 변환과 핵반응에 따라 방출되는 다량의 에너지 또는 이러한 에너지를 무기와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핵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는 화석연료의 연소 등의 화학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에 비해 몇 배나 크고, 무기 외에 에너지자원으로 주로 발전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발전에 이용되고 있는 것은 원자핵분열만이며 원자핵융합발전은 아직 실용화돼 있지 않다. 한편, 원자핵붕괴에 의해 발생하는 비교적 약한 에너지는 원자력전지나 방사선의학 등에 이용되고 있다.

핵분열이든 핵융합이든 원자력의 이용은 방사선,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방사능)을 가진 물질(방사성물질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방사선은 그 양과 강도에 따라 생물에 악영향(방사선장애)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방호(방사선 방호)가 필요하다. 방사선방호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기관으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있다.

핵무기와 핵잠수함 등은 ‘핵의 전쟁 이용’ ‘군용 핵’의 대표적인 예이다. 원자력은 군용이든 상용이든 불문하고 각종 원자력사고나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핵테러 위험 등의 문제가 있다.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협약으로 핵확산방지(NPT) 협약이 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군사적으로 전용되지 않게 하기 위한 보장하는 국제기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다.

원래 핵무기 반대운동을 ‘반핵(反核)운동’으로 불렀으나, 일반적으로 원자력에 반대하는 운동을 ‘반핵운동’ 또는 ‘탈핵(脫核)운동’이라 부른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쓰는 ‘원자력발전’이란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학문적으로는 맞지 않다.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원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니라 핵력(核力)이기에 ‘핵발전소’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관련 산업계는 이러한 ‘핵’ 대신 ‘원자력’을 주로 쓰는데 이는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12월 유엔총회 특별연설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 구상을 내놓은 뒤 일본을 거치면서 ‘핵발전소’가 아닌 ‘원자력발전소’로 미화된 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는 핵발전소, 원자로는 핵반응로로 쓰는 것이 정확하지만 여기서는 시민에게 일반화된 원전이라는 용어를 핵발전소와 함께 쓰기로 한다.

고리2호기 계속연장 주민공청회에서 환경단체가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신문DB
폭주하는 친원전 정책

어느 나라건 정부에 따라 친원전·탈원전을 정책 기조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절차와 방법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원전 정책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노후원전인 부산 고리2~4호기의 수명 연장 추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기장군 고리2호기에 이어 3·4호기에 대해서도 ‘수명 연장’ 절차에 돌입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 원안위에 제출한 ‘건설·운영 중인 원전 예비 해체 계획서’에서 “각각 해체되는 고리1·2호기와 달리 고리3·4호기는 한꺼번에 해체하겠다”며 공식화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며칠 뒤 이 계획서를 의결했다. 그러나 탈원전 폐기를 국정과제로 정한 윤석열 정부가 원전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하자 한수원은 돌연 ‘동시 해체’ 계획을 ‘동시(고리 2~4호기) 수명 연장’으로 완전히 바꿨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부산 시민은 졸지에 폐쇄하기로 전 정부가 약속했던 노후원전 고리2~4호기를 각각 10년씩 연장하겠다는 현 정부의 ‘원전폭주 정책’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3월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환경운동연합이 내놓은 윤 정부의 원전정책 전망은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노후원전 수명연장 여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건설을 공론화해 결정했으나 윤 정부는 공론화 없이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울3·4호기를 제외하고 대형 원전의 신규 건설은 부지 확보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명 연장하려면 안전성 평가 등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여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윤 정부 5년 임기 내에 고리2~4호기, 월성2호기, 한빛1·2호기 등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6기다. 신한울2호기 신고리5·6호기 등 3기는 신규 건설한다. 지난해 3월 산업부는 윤 정부의 인수위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문재인 정부 때 보다 10%포인트 높은 33.8%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형식적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공람과 요식적인 공청회 절차를 거쳐 일사천리로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추진하면서 ‘원전 안전’을 ‘무장 해제’하고 있다. 게다가 한수원은 부산 고리원전 내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건식저장시설을 지으려는 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2월 이사회 때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5월 17일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부울경 주민을 볼모로 한 도박으로 윤 정부가 대책과 국민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 폐쇄가 연장보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며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조선비즈, 2022년 5월 17일).

4가지 판단 기준에 맞나

이렇게 윤 대통령이 원전폭주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전업계와 친원전주의자들의 말만 듣고 세계적인 흐름이나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물론 원전 주변 주민의 방사능피해 등 고충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특히 원자력발전 찬반 논란에서는 핵심 쟁점과 그 판단기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원전 찬반 논란의 핵심 쟁점은 크게 안전성, 경제성, 대체가능성, 절차의 민주성(주민수용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원자력(핵력)·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지식, 원전(핵)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 원전규제기관의 전문성·독립성·투명성, 원전의 사회적 비용, 재생가능에너지의 효율성, 전력소비의 추이, 전원별 발전원가의 변동, 국민 또는 지역주민의 원전 인식, 선진국의 원전기술 및 관리, 에너지 정책의 흐름,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과의 같은 점, 차이점 ▷방사능오염과 인체 영향 ▷원전의 확률론적 안전성 또는 안전 신화 ▷스리마일·체르노빌·후쿠시마 참사 등 대형 원전사고의 원인·전개·수습 사례 분석 ▷설계수명과 노후원전, 고장·사고 정도 ▷방사성환경영향평가의 충실성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테러 전시 원전 안전대책 여부 ▷원전 입지 지역 선정 기준 ▷원전 관련 부정부패·사고 은폐 여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 ▷원전 안전 실질적 방호방재대책 수립 및 실행 여부 ▷원전사고 발생 시 피해 시뮬레이션 및 시민의 안전의식, 대피 요령 ▷사용후핵연료처리장 확보 여부 등 이해가 필요하다.

경제성과 관련해서는 ▷노후원전 수명 연장의 경제성 평가 여부 ▷원전사고 시 피해 및 배상 규모 ▷원전의 정책 비용 ▷원전의 폐로·해체비용 규모 ▷원자력발전의 직접 비용과 사회적 비용의 차이 ▷전원별 발전원가 비교 ▷원전과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 규모 ▷원전의 장기적 지역경제 기여 ▷원전발전원가 산출의 투명성 ▷원전수출 실태 ▷원전산업의 미래 전망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원가 추이 및 보급 실태 ▷RE100과 탄소국경조정세 등을 이해해야 한다.

대체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의 추이 ▷각국의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 비중 ▷탈원전 시 전력예비율 확보 여부 ▷탈원전 시 전력요금 변동 시뮬레이션 ▷재생가능에너지의 효율성, 전력의 품질 여부 ▷전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도 알아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절차성은 주민 또는 국민 수용성과 관련이 있다. ▷정보 공개의 투명성·개방성 ▷주민투표 실시 ▷국내외 원전 반대운동 사례 ▷공론화 절차 ▷원전 및 사용후핵연료처리장 입지 선정 조건 및 절차 공정성 ▷원전에 대한 언론보도의 공정성 및 가짜뉴스 발본색원 등이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원전은 안전성·경제성만이 아니라 대체가능성과 주민수용성까지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후원전인 고리2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해서 체크해볼 것은 정말 많다. ▷왜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통해 원전입지 주민의 희생을 계속 강요하는지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이 안전성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제대로 점검하는지 ▷방사성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됐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지 ▷고리2호기 수명연장의 경제성분석이 투명한지 ▷경제성이 있다면 얼마나 있는 것인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해 시민에게 제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하는지 등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부산시 지역 목소리 내야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노후원전 수명 연장과 관련해 지자체인 부산시의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원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만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정파를 떠나 ‘고리2호기 수명 연장 반대’ 입장에서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종합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민이 ‘탈핵시민연대’와 별도로 지난해 9월 ‘더30km포럼’을 결성해 수명 연장 문제에 대응해왔고, 설 연휴 이후 26일 오후 2시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폐쇄범시민운동본부(가칭) 준비위를 발족할 예정이다. 시민이 자구책에 나선 것이다. 같은 여당이라 해도 시장은 대통령실 참모 같아서는 안 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에게 신뢰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시민을 설득해 안심시키고, 정부와 한수원에 부산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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