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판 스티로폼 단칸방 냉기 가득
- 온수 못 켜 찬물로 설거지·세수
- 소득 하위 20% 겨울 생계비↑
- 고령의 홀몸세대 등 대책 시급
혹한은 가난을 파고든다. 아끼고 아낀 삶의 비용마저 부담하기 힘든 이들에게 최근 폭발적인 난방비·물가 인상은 ‘생존’의 문제다. 올해 겨울은 취약계층에 유독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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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부산진구 개금동의 홀몸 어르신이 지속되는 한파에 집안에서 외투와 이불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원준 기자 |
“밥 한 술 뜨는 데도 좀 비싸야 말이지…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오르는데, 한번 오르면 떨어지지도 않아 죽을 맛이야.”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주민 박모(90) 씨가 7㎡(2평) 남짓한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날 부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2.8도. 박 씨는 미지근한 전기장판 위에서 패딩과 털모자 차림이었다. 합판에 스티로폼을 붙여 세운 방 한 칸짜리 집은 바람이 불 때마다 냉기가 살을 파고들었다. 집에 수도관이 없어 빈 집 수도를 빌려 쓰는 박 씨는 “제대로 씻으려고 목욕탕에 다녔는데, 노인 할인을 해서 6500원이던 목욕탕이 가스비 때문에 할인을 없앴다. 유일한 낙이던 목욕탕도 8000원이라 자주 못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1분기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가스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된 뒤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은 가운데 최근 이상 한파 등으로 난방 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분기 전기요금도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다. 이 인상 폭은 1981년 이후 가장 크다.
29일 만난 동구 수정동 김모(77) 씨는 생활비가 너무 올라 걱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LPG 가스 20㎏ 한 통이 지난해 4만 원정도였는데 지금은 5만6000원 씩 한다. 온수는 무서워서 틀지 않고 설거지나 세수는 그냥 찬물로 한다”며 “가스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난로를 트니까 2만 원이던 전기세가 지난달 6만 원 나와 한동안 가슴이 벌렁거렸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김 씨는 냄비에 물을 끓인 뒤 이불 속으로 옮겨 놨다. “이렇게 하면 잠시 버틸만 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모(74) 씨는 장을 볼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차 씨는 “설에 구색이라도 갖추려고 시장에 갔더니 오징어 1마리가 만 원이라 도로 내려놓았다. 돈이 궁해 늘 선택해야 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중구에서 혼자 사는 강모(87) 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30만 원에 아들이 주는 생활비 30만 원 해서 60만 원가량이다. 당뇨 고혈압 등을 앓는 강 씨는 식비 병원비 등을 60만 원에 맞춰 살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벌써 20만 원가량 마이너스가 나 밥이 잘 안 넘어간다. 강 씨는 “지난해 20만 원이던 등유 200ℓ가 32만 원 하고, 3만 원하던 전기료가 두 배는 오른 것 같다. 공과금 오른 거 생각하면 입맛도 없어 찬물에 밥 말아서 후루룩 삼킨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주민 이모(70) 씨는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부담이 되니까 집에만 있다. 돈 있는 사람은 그나마 서로 만나서 난방비 무섭다고 말이라도 하지만, 없는 사람은 납작 엎드려 버틸 수밖에 없다”고 속상해했다.
실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생계비 부담이 가장 큰 시기는 한겨울이 포함된 1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2019~2021년 매년 1분기 기준으로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필수 생계비는 같은 기간 평균 가처분소득의 92.8%로, 2분기 76.4%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보험료·이자 등 비소비 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필수 생계비로 썼으며, 1분기에 난방비 등 지출이 늘면서 생계비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 강모 씨 한 달 영수증 |
총 수입 |
60만 원 |
지출 |
64만 원→80만 원 (25% 증가) |
식비 |
15 만 원 |
난방비 |
20만 원→32만 원 |
전기료 |
3만 원→7만 원 |
교통비 |
5만 원 |
의료비 |
20만 원 |
휴대폰 |
1만 원 |
※2023년 1월 및 전년 동기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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