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약하면 초진 환자는 2027년 10월에 진료 가능합니다.”
7일 부산 A 종합병원 소아정신과에 진료 예약 문의를 하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A 병원은 발달장애 영유아 환자 진료로 손꼽히며 대기 기간이 약 5년에 달한다. 병원 관계자는 “B 의사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00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한다”며 “정신과 특성상 1명당 진료 시간이 20~30분씩 걸리기도 해 예약이 더 밀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정신과 C 병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개인 운영 병원이지만 아이 상황에 따라 대기 기간이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1년이다. C 병원 관계자는 “소아정신과 환자가 최근에 매우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정신과 출입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였으나 요즘에는 아이 발달에 대해 관심이 많고 조금만 의심돼도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는다”고 분위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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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연말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를 방문해 소아청소년정신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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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발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아정신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영유아 발달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고 치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하지만 수요에 반해 치료 가능한 병원이 부족해 부모의 불편도 가중된다. 소아정신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현재 부산에 있는 정신과(173곳) 중 소아 치료를 하는 병원은 양산부산대병원 등 대학병원과 일부 종합병원, 개인병원 등 소수에 그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아이를 치료 중인 한 부모는 “대학병원 대기는 5, 6개월이 기본이고 일반 종합병원도 석 달씩 기다려야 한다. 대기를 걸어놓고 여러 병원을 다니며 진료받는 부모도 많다”며 “일반 정신과 진료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소아정신과를 선호해 쏠림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의학 발전에 따라 진단 범주가 넓어진 것도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일반인 범주에 포함됐을 아이가 보다 정밀한 진단 체계를 거치면서 장애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의 0~7세 영유아 중 발달장애로 등록된 아이는 800명으로 5년 전(613명)과 비교해 187명이 늘었다. 부산 지역 영유아 10명 중 1명은 발달장애 정밀평가 필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자폐학회 이사로 활동 중인 부산가톨릭대 이희란 언어청각치료학과 교수는 “신경과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장애 범주가 확대됐고, 진단 체계나 검사 도구가 훨씬 발달했다. 영유아 인구는 줄고 있지만 발달장애 아이가 느는 배경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부산지역 종합병원 6곳이 소아과 전공의를 1명도 뽑지 못하면서 영유아의 치료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