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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4> M족과 L족 : 패권경쟁 흐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2-27 19:24:2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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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동해에서 배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북유럽을 간 적이 있다. 군산에서 배 타고 중국을 거쳐 버스와 기차로 동유럽을 횡단한 적도 있다.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독일을 횡단한 적도 있다. 이탈리아를 종단한 적도 있다. 아일랜드에서 시작해 남유럽 모나코까지 종단한 적도 있다. 그렇게 유럽을 종횡으로 여행하며 우유를 자주 사마시고 다녔다.

우유를 뜻하는 북쪽 M족과 남쪽 L족의 단어들
그러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었다. 북쪽 유럽에선 우유를 뜻하는 단어가 M으로, 남쪽 유럽에선 L로 시작한다는…. 우유가 영국에선 Milk, 러시아에선 Moлoko, 독일에선 Milch, 네덜란드에선 Melk, 스웨덴에선 Mjolk이다. 그런데 라틴어로는 Lactis, 이탈리에선 Latte, 프랑스에선 Lait, 스페인에선 Leche, 포르투갈에선 Leite다. 그런 식으로 유럽민족은 M족과 L족으로 대략 구분되었다.

유럽사를 큰 흐름으로 살핀다면 M족과 L족의 패권 경쟁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최초 4대 문명은 이집트의 나일 문명이었다. 이집트 문명이 지고 난 후엔 그리스 문명 시대가 열렸다. 그리스 문명이 지고 난 후엔 로마 문명이 시작되며 L족이 패권을 잡았다. 하지만 M족인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476년 서로마가 멸망했다. 1000여 년 동안 이어진 중세가 저문 르네상스 시대에 그 주역은 피렌체에 살던 L족이었다. 1492년부터 L족 사람인 콜럼버스에 의해 대항해 시대가 열리며 스페인이 패권을 주도하는 시대도 있었다. 스페인 무적함대라는 말이 그때 나왔다. 또한 L족 사람인 태양왕 루이 14세가 프랑스의 세력을 뻗치기도 했다. 역시 L족 사람인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가 유럽의 패권국이 되려고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은 M족이 패권을 가지는 쪽으로 역사는 흘렀다. 먼저 네덜란드가 M족 부흥의 첫 깃발을 잡았다. 동인도회사를 통해 인류 최초의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M족의 본격적 주인공은 영국의 차례였다. 독일 북쪽과 스칸디나반도로부터 들어온 M족이 주도하는 영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며 빅토리아 여왕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19세기 말에 M족 영국과 역시 M족 러시아는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다. 20세기 들어서 M족 사람인 빌헬름 2세와 히틀러가 벌인 1·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 승리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열렸다. 러시아 중심의 연합체 국가인 소련과 냉전을 치렀다. 21세기 지금 세계패권국은 영국 등으로부터 이주한 M족이 주도하는 미국이다.

다시 남쪽의 L족이 북쪽의 M족을 누르며 부흥하는 날이 올까? 한 분야에서만큼은 패권을 잡았다. 요즘 커피 용어는 온통 L족 이탈리아 말이다. 우유커피를 M족 용어로 밀크커피라 하지 않고 L족 용어인 카페라테라 부른다. 익스프레스를 에스프레소, 아메리칸을 아메리카노라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용어만 그럴 뿐이다. 1990년대 이후 그런 L족 용어를 유행하게 만든 장본인은 스타벅스 창업자인 슐츠(Howard Schultz)다. 성으로 보아 독일계 M족 사람이다. 아무래도 커피 이외 여러 분야에서 M족의 패권은 상당 기간 이어질 듯하다. 영원한 건 없는 게 진리라지만 일반인한텐 철학적 진리에 불과해 보인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보통 사람들한텐 더욱 진실된 현실적 진리다. 그럼에도! 영원한 건 없겠다. 늘 널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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