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는 경남 김해시 삼계나전지구에 대한 토양오염 조사에 이은 토양 정화문제를 놓고 김해시 환경단체 민간회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토양오염조사에서 삼자가 협의체를 구성해 토양 11%가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정작 중요한 정화처리 과정에서 시가 빠지면서 ‘토양 정화 주체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 세대 아파트를 건립하는 문제인 만큼 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삼계지구 토양이 다량 중금속에 오염됐다. 철저한 정화처리가 필요하지만 김해시 정산컴퍼니 측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산컴퍼니는 TKG그룹(옛 태광그룹)이 투자한 회사다.

2020년 4월 삼계 나전 도시개발사업지구 부지에서 토양 오염여부를 밝힐 시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해시 제공

이 부지는 정산컴퍼니가 2017년 김해시에 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 신청을 하면서 25만3900㎡ 부지에 주거용지 13만2000㎡, 공동주택용지 12만4000㎡, 학교 1만2000㎡, 공원 2100㎡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김해시는 2019년 낙동강유역환경청 권고에 따라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부지 주인인 정산컴퍼니와 민관협의체를 구성, 동의과학대에 의뢰해 토양오염조사를 벌인 결과 총사업 부지 25만3900㎡ 중 11.7%(2만9754㎡)가 납 구리 아연 등 10가지 중금속의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오염면적을 부피로 환산하면 10만2700ｔ에 달한다.

문제는 토양 정화처리 과정에서 민관협의체가 삐걱대면서 다시 불거졌다. 정화처리는 오염토를 파낸 뒤 현장에서 약품처리를 통해 세척처리를 하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정화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시가 거부하면서 객관적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정화과정까지 참여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화과정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전했다. 정산컴퍼니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단체 의사를 반영해 토양오염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토양 정화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정하고 이를 감시할 검증업체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오는 8일 나전지구 현장에서 입찰 예정업체를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업체가 단독으로 선정한 정화업체를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해양산환경련 정진영 사무차장은 “3000여 세대 아파트를 짓는 것인데, 지하가 오염됐다는 것은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법적인 조항을 떠나 오염된 토양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시가 참여해 공정성·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