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머리 다듬으러 온 손님이 가게 가위로 협박해 제 손발을 묶고는 돈을 갖고 도망했어요. 빨리 좀 와 주세요.”

부산 해운대경찰서 전경. 국제신문 DB

지난달 15일 오후 2시7분. 부산 해운대경찰서 반송파출소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반송동 한 미용실 원장 A(여·50대) 씨였다.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그는 약 한 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10분께 벌어진 일을 경찰에 알렸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중년 남성 손님의 머리를 커트해줬는데, 갑자기 남성이 미용실 가위를 집어 들고 자신을 위협하고는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은 뒤 지갑 속 돈을 들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급히 강력팀을 동원해 남성을 쫓았다. 남성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하며 그의 도주로를 추적했다. 범행 장소로부터 2㎞ 떨어진 곳에 이르자 그의 행방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자취를 감춘 그를 찾아내기 위해 CCTV 마지막 지점으로 향했다. 자칫하면 체포까지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남성은 CCTV 근처 강변에 있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께 강도 B(50대) 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B 씨 주변엔 술병이 늘어서 있었다. 훔친 돈으로 곧장 술을 사 마신 거다.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B 씨는 중독 치료를 위해 1년 이상 병원에 입원했다가 막 퇴원한 상태였다. 오랜 치료가 무색하게도 그는 병원을 나선 날 새벽부터 술을 찾았다. 범행 당시에도 취기가 남아 있던 그는 그저 머리를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용실을 찾았다가 강도로 돌변했다. B 씨는 경찰에 “수중에 돈은 없고 가게엔 여성 혼자라 범행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해운대경찰서는 흉기로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강도 등)로 B 씨를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B 씨는 지난달 15일 반송동의 한 미용실에서 주인 A 씨를 가위로 겁준 뒤 그의 지갑에서 32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주거도 일정치 않은 데다 휴대전화나 카드도 없다. 그가 맘먹고 잠적했다면 체포에 애를 먹을 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