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별 연습실… 사교육비 경감
- 고1·2 주말 방과후 과정 계획
- 교장 “복합문화 공간 만들 것”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일광읍 ‘부산예빛학교’ 3층 미술반 교실. 이곳에서는 디자인 수업이 한창이었다. “붓 하나로 다양한 굵기의 선을 모두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붓을 잡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좋겠죠(웃음). 그러데이션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면 붓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부분이죠. 붓을 대충 씻으면 종이가 상하고 농도 조절도 어려워요.” 백혜민 미술교사가 붓 터치로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 시범을 선보였다. 백 교사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든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도화지를 살펴봤다.

백혜민 미술교사가 붓 터치로 그러데이션 시범을 선보이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음악·미술 실기 위주 수업

지난 3일 개교한 부산예빛학교는 부산시교육청이 설립한 예술교육 위탁형 공립학교다. 이 학교는 일광신도시로 이전한 옛 일광초등학교 자리에 세웠다. 교명에는 ‘예서 빛내자, 예(藝)로 빛나자’는 뜻을 담았다. 예술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일반고 재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술·음악 전공 6학급 규모로 설립했다. 고3 학생 55명이 입학했다. 교육 수료 시 원적교의 졸업장을 수여한다.

이곳에선 ▷시창청음 ▷합창 ▷드로잉 등 실기·실습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개별 연습실과 실습 공간을 갖췄다. 교직원은 21명이다. 강사진은 지역 내 전문가로 구성했고, 수업과 실기교육에 따른 경비는 전액 학교에서 지원해 학생 개인 부담은 없다. 위탁학생 외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말 방과 후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음악반 학생이 전자기타 운지법 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뒤늦게 적성을 발견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예술고를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꿈의 학교’인 셈. 일대일 또는 소규모 그룹 수업이 장점이다.

손지원 양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어 미대 진학을 결정했다”며 “인문계에서는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미술학원에서 실기수업을 받아 그림을 그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이젠 학교에서 마음껏 미술실기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이유빈 양은 “대학 실용음악학과 경쟁률이 수백 대 1 정도로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부산예빛학교에선 다양한 음악실기 수업은 물론 친구들과 합주도 할 수 있어 대학 진학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동해선 일광역에서 1.6㎞ 떨어진 학교의 위치를 고려해 일광역에서 학교까지 통학 차량을 운영한다. 등교 시간도 일반고에 비해 1시간 가량 늦췄다. 서부산권 등 원거리 통학생의 편의를 위해 신축 중인 기숙사는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 기대

강병수 교장

부산예빛학교의 교훈은 ‘창의 도전 사랑’이다. 재학생들을 창의 도전 사랑이라는 힘을 지닌 예술 인재로 키우는 게 학교의 목표다. 이를 위해 ▷창의·인성교육 실천 ▷실기 중심의 예술 교육 운영 ▷사교육비 경감 노력이라는 중점 과제를 세웠다.

부산예빛학교 강병수 초대 교장은 “미술은 디자인 웹툰 애니메이션 등 3개 분야로 나눴고, 음악은 보컬 뮤지컬 건반 작곡 베이스기타 전자기타 드럼 등 7개 분야로 세분화했다”면서 “흔히 음악과 미술 분야는 학원이 필수처럼 여겨지는데, 학교에서 모든 실기·실습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육지원 군은 “일주일에 2번 드럼을 따로 배웠는데 학원비만 40만 원이었다”며 “부산예빛학교에 온 뒤로는 학원을 끊었다. 학교 연습실에서 매일 3시간씩 개인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의 교가는 강병수 초대 교장이 작사하고, 일광초 출신의 가수 최백호가 작곡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최백호의 어머니 고 박혜순 씨는 당시 일광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강 교장은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가수 최백호를 초청해 학교에서 공연을 열고 싶다. 예술분야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산예빛학교가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