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높이 2m가 넘는 옹벽 통학로를 20년 이상 이용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지만 교육청과 구청 등 행정당국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학생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통학로를 오갈 때마다 안전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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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후문 통학로로 초등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청동초 후문 통학로는 100m 남짓한 거리에 높이 2m가량의 옹벽 길이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김영훈 기자 |
22일 영도구 청학동 청동초등학교 후문 통학로. 아파트 사이로 100m가량의 통학로를 아이들이 지나고 있었다. 이 통학로는 산복도로가 많은 영도구의 지형 특성상, 아파트 단지 내 단차 때문에 2m 넘는 옹벽 위에 설치되어 있다. 좁은 길에서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서로 밀치기라도 하면 바로 옹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아슬아슬했다.집으로 가던 한 아이는 “아침마다 엄마가 조심하라고 하는데 친구들과 장난치다 보면 옹벽 끝으로 밀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청동초 통학로 문제는 지역 학부모의 20여 년 숙원이다. 이 길은 500여 명 전교생 중 학교 후문쪽 신영도롯데낙천대아파트 일신마리나타운아파트 동삼그린힐아파트 등에 사는 학생이 주로 이용한다. 자녀 3명이 청동초에 다니는 장하용(46) 씨는 “자칫 발을 헛디디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교육당국에 펜스라도 설치해 달라고 민원을 넣어도 묵묵부답인데, 사고가 나야 개선해 줄지 정말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이 일대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2019년 영도구의회는 일대 부지 소유주를 설득해 학교 후문 샛길에 펜스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깔았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단지 구간은 땅 주인을 설득 못해 펜스 설치 계획을 철회했다. 옹벽 주변이 아파트 공용부지라서 펜스를 세우려면 주민이 동의해야 하는데, 당시 재개발을 앞둔 상황에서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학교도 심각성을 알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등·하굣길을 수시로 점검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해 달라고 구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교장이 직접 해당지역 주민과 연락해봤지만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부산시교육청과 영도구청이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지난해 시교육청은 청동초를 ‘워킹스쿨버스’ 시범사업지로 정하고 보행안전지도사들이 오후 1~3시에 하교를 지도하고 있지만, 모든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도구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주민이 동의를 해야 펜스 설치가 가능해서 법적으로 구청이 강행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