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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쾌유를 빌다니"...백신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운동 본격화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11>

인과성 결과서 '오류' 전달 속출

조사관 폭로 후 25일 국정조사 요구 기자회견

"사망자 두 번 죽이는 피해보상전문위 필요 없다"

질병청 "'오류' 아니라 해석 '혼동'" 해명

폭로 대해서는 "차후 답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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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분의 쾌유를 빕니다.” 얼마 전 경기 안성시에 거주하는 A(50대) 씨가 받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이하 피해보상전문위) 백신 인과성 심의 결과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결과서는 화이자3차 접종 뒤 뇌출혈로 숨진 A 씨 남편의 것이었다. A 씨는 결과서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참담한 일을 겪은 직후여서 고통은 더 극심했다. A 씨는 남편의 장례식 도중에 지역 보건서로부터 “시신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A 씨는 남편이 숨진 뒤 백신 이상반응을 신고할 때 그 어떤 부검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가 숨진 뒤 이상 반응 신고를 하면 보건 당국은 부검안내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숨진 이들의 유족이 보건 당국의 잇단 행정 실수로 ‘가족을 두 번 잃는 것과 같은’ 아픔을 호소한다. 잘못 기재된 백신 인과성 판정지를 보내는가 하면, 확정되지 않은 진단을 근거로 인과성 심사한 내용을 확정·발표하자 백신 인과성 판정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서울 청계광장 코로나19 백신 사망자 분향소에서 코백회 회원들이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와 질병청 국정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뒤에 삭발식을 하고 있다. 코백회 제공
●사망자 두 번 죽이는 보건 당국 황당한 ‘실수’

25일 오후 1시 서울 청계광장 백신 피해 사망자 분향소에서 열린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의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질병청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는 보건 당국의 ‘행정 오류’를 지적하는 성토가 쏟아졌다.

천안에 사는 B(60대) 씨는 아내 C 씨가 아스트라제네카(AZ)를 2차까지 맞고 범혈구 감소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진 뒤 지난 7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질병관리청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인과성 심사 판정 결과 ‘4-2’ 등급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일주일 뒤 ‘5’ 등급 판정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질병청으로부터 다시 받게 된다. 사과문에는 “심사 판정 결과서를 보면 C 씨 사망과 관련해 2023년 제4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예방 접종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로 나왔다고 적혀 있었다. 이전에 보내드렸던 문자 메시지 심의 결과를 4-2로 잘못 안내해 드린 점 죄송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B 씨는 한 차례 더 마음이 아파야 했다. 지역 보건소에서 사망자 이름으로 등기 우편을 보낸 것이다.

화이자 2차 접종 뒤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피해자 유족인 경북 김천시의 D(60대)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숨진 남편의 인과성 판정 내용이 담긴 우편물이 사망자 이름으로 발송된 뒤 반송됐다. 우체국에 보관돼 있는 심의 결과서를 찾으러 갔는데, 우체국 측은 사망자 본인이 아니어서 줄 수 없다고 했다. D 씨는 우체국과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남편의 백신 피해 인과성 판정서를 받을 수 있었다.

강원 강릉시에 거주하는 E 씨는 2021년 10월 19세였던 아들이 백신 접종 뒤 숨졌다. 당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첫 사망 신고된 고3 사례로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후 E 씨는 아들의 인과성 심사결과를 질병관리청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알았다. 당시 질병청은 “백신 접종 뒤 백혈병에 걸린 ‘고3 사례’는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백혈병 혈액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E 씨는 “골수검사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들의 사인이 백혈병인 것처럼 기정사실화 됐다”며 “인과성 판정 결과서에는 ‘백혈병 추정’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도 대외적으로는 마치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것처럼 알려졌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청계광장 코로나19 백신 사망자 분향소에서 코백회 회원들이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와 질병청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코백회 제공
●폭발한 피해자·유족들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촉구

유족들은 “가족의 사고로 이미 큰 고통을 겪었는데, 보건 당국의 무성의한 행정으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아픔을 느꼈다”며 울분을 토한다. 급기야 백신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지역 역학조사관의 조사 내용과 판단은 배제한 채 ‘WHO(세계보건기구)의 인정’ 여부만 따지는 ‘판박이’식 심사를 한다는 폭로(국제신문 21일 자 온라인·22일 자 지면 보도)가 나오자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피해보상전문위의 해체를 촉구하며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유족들은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사가 왜곡·은폐됐다는 폭로와 관련 녹취록이 공개된 마당에 그 최상위 기관인 질병청에 그 진위 파악과 공개를 촉구한다”면서 “전문위원이 마취에 덜 깬 상태에서 하루 동안 1000여 건 이상을 심의했다는데, 그 심의 대상자가 누구인지 진상 파악을 해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25일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와 질병청 국정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삭발식에 참여하는 백신 피해자 홍조현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코백회 제공
앞서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정책 간담회에서 안성배 제주도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이 “피해보상전문위 심사 과정에 부실과 왜곡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피해보상전문위가 백신 피해 인과 관계 증명에 중요한 역학조사반의 조사 결과를 “WHO 인정 사례가 아니다”는 이유로 배제하거나 엉뚱한 사유가 적힌 결과서를 피해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위원 중 한 명은 정신이 마취에서 깨지 않아 몽롱한 상태였다고 안 조사관은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지역 역학조사관의 회의 참여마저 막았다고 한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심의위원들이 이동 중인 차안에서 심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국회의원이 관련 문제를 지적했더니 질병청 측에서 화상회의여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어 “피해보상전문위가 투명하지 못한 심의 결과를 자꾸 내보내니까 피해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좌절을 반복한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전문가나 법조인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고, 피해자들을 전문위원회 회의에 입회시켜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부분을 전부 다 무시하더라”고 성토했다.

코백회는 “피해자 인권과 인간존엄성 무시한 보건 당국의 행태를 인정할 수 없다. 피해보상전문위가 WHO가 인정하지 않는 병명은 전부 다 배제했다는 폭로까지 벌어진 마당에 현 위원회 심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위원회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코백회는 또 “인과성 심의 과정에서 위원장이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심의 방향을 지시하는 폭로와 녹취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또 “피해조사위 활동을 관리 감독해야 할 질병청장이 그런 책임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은 피해보상전문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질병청에 요청했으나 회의록은 남기지 않아도 된다는 법규가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코백회는 “회의록 자체를 안 쓴다는 것은 상위기관인 질병청이 심의 과정에 대해 전혀 관여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물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백신 피해자 간담회에서 안성배 역학조사관이 백신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질병관리청 국정조사 해 진상 규명하라

이에 코백회는 질병청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요구했다. 앞서 코백회는 피해보상전문위원이 차 안에서 심의하고 1분에 25~37건을 졸속 심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또 피해보상 전문위원의 인적 구성 내용을 질병청에 물었으나 대외비라는 이유로 답을 듣지 못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전문위원회 명의의 인과성 판단 내용이 적힌 종이 쪽지 한 장 만으로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불행의 실체를 인정하라고 요구 받는다”며 “최소한 이런 판단을 한 이들이 누구인지, 그 구성이 제대로 됐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날 코백회 측은 “국정조사를 하면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규명될 것이다. 우리 같은 일반 국민이 할 수 없는 일을 국회가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과거 대통령 지시로 4-1 인과성 판정이 신설된 뒤 그 첫 지원을 받은 적 있는 간호조무사 홍조현 씨를 비롯한 백신 피해자들이 삭발식을 했다. 홍 씨는 2021년 3월 AZ 1차 접종 이후 사지마비가 온 뒤 현재도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 뇌전증이 겹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삭발 전에 “신경약에 취해 하루 종일 잠만 잔다. 정신과 몸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해 시도도 수차례 했다”며 “역학조사관의 폭로 기사를 보고 세상에 이런 악마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이제 일어나 이들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피해자들은 “질병청과 피해보상전문위 등 보건 당국이 자신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거다”며 “질병청 앞에 백신 피해자를 위로하는 위령탑이라도 세워 공무원들이 그걸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토론회에 참가한 피해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질병청 "결과서 ‘오류’ 아니라 ‘혼동’"…폭로 관련 즉답은 회피

이에 질병청 측은 판정 오류 부분에 대한 해명을 비롯해 입장을 내놨는데, 안 조사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부 심의 결과서에 적힌 ‘4-a’ 기록은 심의 결과가 아니다”며 “보상 지원 기각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심의 결과 안내문’ 서식을 규정하고 있는데, 4-a는 그 서식 제목 중 하나다. 그 제목이 심의 결과와 혼동될 수 있으므로, 향후 제목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요구와 관련해서는 “심의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된 법률 제·재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전문위원 임기가 끝난 지난 2월 질병청, 식약처 고위 공무원이 당연직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문위원회가 재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 질병청은 심의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위원회에 정부 측 인사를 넣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피해 보상 행정처분을 하는 주무 부처가 책임감을 갖도록 전문위원회에 고위 공무원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이번 위원회 재구성에 반영했다고 한다.

질병청은 안 조사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겠다”면서 “향후 공식적으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다만, 질병청의 다른 관계자는 “참고인인 역학조사관을 피해보상전문위 회의에 꼭 참석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 “(피해보상전문위 심사 과정 중 위원장 개입 논란과 관련해서는) 원활한 심사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 위원장이 위원들에게 입장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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