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주주의 역사기념관의 핵심 테마를 놓고 ‘YS기념관’과 ‘민주주의 미래관’을 저울질 중인 부산시(국제신문 지난해 9월 26일 자 8면 등 보도)가 건립 방향 설정을 위해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 견해를 수렴했다. “시설의 상징성과 효과성을 고려하면 ‘YS관’으로 이름 붙이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과 “YS가 부산을 대표하는 민주화 운동 인물인지에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기념관을 채울 만한 차별화된 콘텐츠도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부산 민주주의 역사 기념관 시민 인식조사 결과. 부산시 제공

시는 31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가칭)부산 민주주의 역사기념관 건립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기념관의 방향에 대한 논의와 시민 공감대 형성,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토론에는 신라대 박재욱(행정학과) 교수 등 7명의 학계·시민사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첫 발표를 맡은 배재대 김형준 석좌교수는 기념관이 상징성을 가지려면 ‘YS관’이 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념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면 상징성이 필요하다. 부산하면 부마민주항쟁과 김영삼의 투쟁이다. 광주컨벤션센터도 상징성을 가지기 위해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름을 바꿨다”며 “효과성을 내려면 부산 민주주의 미래관보단 YS기념관이란 명칭이 훨씬 부합한다. 지방자치제와 정보화를 시작한 게 문민정부다. 그의 업적으로 미래와 관련한 세계화·정보화·분권화·국토균형발전을 두루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YS관이 될 경우 기념관을 채울 콘텐츠가 없고, 기념 대상이 애매해지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아대 홍순권(사학과) 명예교수는 “기념관이 무엇을 먼저 기념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건이 될 수도,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뒤 기념관에 둘 충분한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껍데기만 기념관이 된다”며 “YS관이 생기면 무엇을 전시할 수 있겠나. 거제(김영삼대통령 기록 전시관)에 있는 걸 가져올 수 없지 않나. 어느 대통령이 부산을 대표하느냐도 간단히 정리될 수 없다. 광주는 대통령이 한 명이지만 부산은 3명이다. 이들 모두 기념관을 추진할 건가”고 말했다. 또 그는 “미래관 역시 민주공원과 상당 부분 기능이 겹쳐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토론회에 앞서 지난 13~17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념관 건립 관련 시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65.6%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부산의 민주화 기념시설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부산시나 지역 정치권의 관심 부족’(55.6%)이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고, 뒤이어 시민 관심 부족(29.8%)이 지목됐다.

또 부산이 배출한 민주화운동 인물의 업적 인지도 면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89.5%, 노무현 전 대통령 91%로 고루 높았다. 반면 응답자의 57.6%는 전 대통령 기념시설에 방문해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시설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경남 김해)’가 30.1%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김영삼대통령 기록 전시관(경남 거제)’가 23.6%로 그 다음이었다.

적합한 기념관 유형에 대한 견해는 ‘민주주의 미래관’(50.1%), ‘대통령 기념관’(37.9%), ‘상관없음’(12%)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이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지역인 이유에 대해서는 88.2%가 ’유명한 민주항쟁이 일어나서‘를 꼽았다. 인식조사를 수행한 ㈔공공정책연구원은 “부산은 민주화운동 대표 지역인데도 기념 시설이 부족하고, 지역이 갖는 위상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다. 기념 시설 형태에 대해선 논의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