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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딛고 펜션사업 개척…1만5000평 ‘보물 정원’ 가꾸다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4> 골망태펜션·정원 신탁열 대표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4-11 19:16:1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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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살 독립한 뒤 산장 운영 대박
- 쌓인 빚 3억5000만 원 다 갚아
- 보성 관광객 화순까지 와서 숙식
- ‘이거구나’ 보성으로 옮겨 숙박업

- 황토방 15동 짓고 차밭 등 가꿔
- 직접 판 와인동굴에 차 시음장도
- 최근 민간정원 지정심사 통과
- 고인돌 발굴지 1만 평 정원 총괄


◇ 신탁열의 이모작 귀띔

- 자신의 삶이 먼 훗날 후손들에게 좋은 흔적이 되도록 살아라


신탁열 대표가 골망태펜션·정원에 있는 자신의 인생좌표를 새긴 비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로운 일에 열정을 쏟기보단 심신의 균형을 더 중시하라고 한다. 인생 이모작기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듣는 흔한 이야기다. 하지만 자기에게 과하지 않으면서도 일모작 기에 구상한 사업을 더 확대하여 나아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육십이 넘어서 내적 안정성과 사업포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람이 있다기에 방문한 곳은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의 한 펜션정원. 인터뷰를 막 시작하는데 그는 어디선가 온 전화를 받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무슨 전화인가요?

▶우리 골망태펜션의 정원이 민간정원 지정심사에 통과됐다는 전화입니다. 정원을 설립한 지 20년 만에 이룬 또 하나의 성과입니다. 오늘 인터뷰 오신 날 참 좋습니다.

-축하합니다. 이곳을 소개해주세요.

▶여기는 전남 보성군 보성읍 노상길 5-56번에 위치한 골망태펜션입니다. 아시다시피 보성군은 우리나라 최고의 녹차 생산지죠. 저는 이곳에 딱 20년 전인 2003년에 1만5000평의 산야를 구입하여 황토 펜션 건물 15동을 신축했고 5000평의 차밭을, 또 5000평의 수국밭을 조성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7만 개의 수선화가 피는 5000평의 화원을 더 만들었죠.



우리나라는 수목원·정원 조성법에 따라 정원을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으로 관리한다. 이 중 민간(법인 개인)이 주체가 되는 민간정원은 법에 따라 광역지자체가 면적, 구성요소, 편의시설을 심사하여 지정한다. 이렇게 지정되면 입장료나 시설사용료를 받을 수 있고 보존 가치가 있는 식물의 관리 비용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오늘 만난 사람은 곧 민간정원으로 등록될 골망태펜션·정원의 신탁열 대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곳은 사계절 항상 꽃을 체험할 수 있도록 180여 종의 수목과 초화류가 자라고 있죠. 여기에 펜션식 황토 방까지 갖추고 있으니 도시인의 좋은 치유공간입니다. 지난 2021년에는 전남도의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작년 4월 MBC의 ‘생방송 오늘 저녁’에서 대한민국 보물 정원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자랑하고 싶은 것은 100m 길이의 와인동굴입니다. 유럽 여행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 가족들이 6년 동안 함께 판 자연 토굴인데, 된장 소금 간장 차를 발효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 개발한 막걸리와인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동굴 안에는 보성군으로부터 녹차체험장으로 지정받은 20여 평의 쾌적한 차 시음장도 있습니다.



드론으로 찍은 골망태펜션·정원. 사진의 상단부분은 황토방 펜션건물들이며, 하단부분은 녹차나무로 조성된 미로정원이다.
그를 따라가 본 와인동굴은 폭 2m의 황토 동굴이었다. 곡선으로 된 50m 길이의 동굴에는 와인 된장 녹차들을 발효시키는 9개의 발효식품 창고가 나뭇가지처럼 연결되어 총 100m가 되는 듯했다. 애초 마사토 토양의 산에 굴을 만들면서 철골로 구조안정성을 기했다고 한다. 황토로 외벽처리가 된 동굴은 15~22℃의 온도에 50~80%의 습도가 유지되어 깔끔했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인생일모작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

▶저는 어린 시절 매우 가난하여 숟가락 젓가락도 없는 궁핍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그렇게 한심하게 보내다가 28세에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화순군 주암댐 쪽에 음식과 숙박을 함께하는 산장을 개업했습니다. 무조건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한 덕분인지 이게 대박이 나더군요. 당시 돈으로 3억5000만 원을 빌어 한 달 이자만 해도 900만 원이었는데, 3년 만에 완전 다 갚을 수 있게 되더군요.

-그리고요?

▶그때 번 돈으로 100평짜리 건물 하나를 구해서 매운탕 백숙에 노래방 민박시설을 함께하는 골망태레스토랑이라는 종합음식점을 시작했죠. 이것도 6년 동안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가난의 공포를 완전 극복했죠. 이모님으로부터 받은 음식 솜씨가 한몫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이곳은 고향이 아닌데 어떤 계기가 있었겠군요.

▶네, 복합음식점을 하던 중 수상한 기미를 읽었습니다. 뭐냐 하면 보성군에 있는 대한다원이나 차박물관에 관광을 오신 분들이 1시간 넘는 화순의 우리 집까지 오셔서 식사하고 숙박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막 시작되던 인터넷을 통해 우리 레스토랑의 숙박시설을 홍보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대한다원은 여름향기 등 인기 영화를 찍은 장소라서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했었어요. 그 사람들이 그곳 보성군이 아닌 화순까지 와서 식사와 숙박을 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죠. ‘내가 보성 쪽에 가서 치유 숙박업을 하면 돈을 벌겠구나’.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요? 어떻게 조달하셨나요?

▶그런 궁리를 하던 중 2003년이었어요. 화순군에서 주암호 주변을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더군요.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음식점을 철거하면서 보상금을 주었는데, 제게는 6억5000만 원을 주더군요. 저는 보성군으로 가서 사업을 하자는 결심을 했고 2003년도에 이사를 와서 2004년부터 펜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는 펜션업이 생소했었어요. 제가 전남도에서 가장 먼저 펜션업을 한 것이었고, 아마 전국에서는 세 번째였을 겁니다.



그는 집을 가출하다시피 뛰쳐나온 후 이렇게 하는 일마다 잘 되었다. 인터뷰 중 그 비결을 생각해보니 그는 감각이 탁월한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지금이야 펜션 형식이 보편화되었지만, 그 당시 생소한 이 업종을 개척하여 대중의 니즈를 만족시켰다. 또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에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전국으로 음식숙박업 홍보에 성공한 것은 대단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보성군의 관광객이 화순군까지 와서 숙박하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서 스스로 낯선 보성군으로 이사하여 사업을 일군 추진력은 발군의 사업가 기질이다.



-조경 경험이 없던 시절에 1만 5000평을 어떻게 가꾸셨나요?

▶우리 가족이 함께 이루어내었습니다. 버섯모양의 황토집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죠. 공사 중에 전남농업마이스터대학 2년 과정을 다니며 총 480시간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흙과 기후변화 그리고 180여 종의 초화류의 성질을 하나하나 다 알아야했죠. 매년 1억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그 모든 수익금을 다시 재개발비로 재투자했죠. 미쳤다는 소릴 들었습니다만 20년을 그렇게 해왔습니다. 제 아들은 독일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 승마체험 코스도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얼마 전 화순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화순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0만 평의 고인돌 발굴지가 있습니다. 구복규 군수께서 제게 만 평을 줄 것이니 설계부터 정원가꾸기까지 모든 일을 총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미 30개국을 다니며 좋은 정원과 동굴에 대한 안목을 길러왔습니다. 올해 제가 61세인데 제 특유의 추진력으로 다시 한번 더 나아갈 것입니다.

-대표님의 인생철학이 궁금하군요.

▶태어날 때는 내 맘대로 못 했지만 살아갈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보물 정원을 간직한 이 골망태펜션의 비전은 ‘백년의 약속’입니다. 후손에게 좋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60년 인생 전반전에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후반 전에는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1년에 4번씩 헌혈해온 이 몸도 죽은 후 장기 기증한다고 조선대 병원에 서약했습니다. 평생의 꿈인 이 골망태 정원도 나중에 지역사회에 기부할 것입니다.



신탁열은 청소년 시절 가수 남진의 ‘남과 함께’를 부르며 자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지금의 60대들은 노래에 목이 쉰 적이 있다. 그는 가난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보성읍 한 산언덕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꿈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생각했다. 헤아릴 수 없는 밤낮에 꿈 너머 꿈을 꾸었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은 “꿈이 있으며 행복해지고 꿈 너머 꿈이 있으며 위대해진다” 했다. 또 “좋은 꿈은 사람을 움직인다. 사람들과 더불어 진화한다”했다. 인생이모작기의 신탁열은 다시 화순군 고인돌 발굴지에 ‘일만평의 행복정원’을 짓는 꿈 너머 꿈으로 가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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