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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1> 싱가포르와 샹그리라 : 이상향?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4-17 19:19:0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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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도차이나반도와 이 반도에 속한 말레이반도를 버스 타고 종단한 바 있다. 말레이반도의 맨 아래쪽 싱가포르에서부터 시작해 → 말레이시아 → 타일랜드 → 캄보디아 → 베트남 → 라오스까지 갔다가 → 맨 위쪽 미얀마에는 따로 갔다. 7개국을 다니면서 질문이 생겼다. 반도의 내륙 지역은 어떻게 사는 문화가 다른 여러 개 국가가 되었을까?

맨 아래 싱가포르부터 인도차이나 반도 밖 샹그리라까지
①인구 550여만 명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민주공화국이다. 깨끗한 도시이면서 중국스러운 문화가 곳곳에 있었다. ②3300여만 명 말레이시아는 술탄이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그러나 군주의 존재감은 별로 없어 보였다. 무슬림이 많은 나라였지만 이슬람 기운이 세지는 않았다. ③7200여만 명 타일랜드는 입헌군주국이다. 어딜가나 왕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로 왕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절이 많은 불교 국가였다. ④1600여만 명 캄보디아도 입헌군주국이다. 그런데 왕의 존재감은 태국만큼 크지 않아 보였다. 대신 총리의 권한이 막강한 듯했다. 세속적 분위기가 물씬해도 인구 90% 이상이 불교 신자다. ⑤9700여만 명 베트남은 공산국가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정 종교 색채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⑤700여만 명 라오스는 공산당에 해당하는 라오인민혁명당 주도의 공산국가다. 그러면서도 불교문화가 풍성한 불교국가였다. ⑦5300여만 명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공화국이면서 군부가 지배 권력을 장악한 국가다. 그러면서도 거의 완전 순수한 불교국가에 가까웠다.

인도차이나-말레이반도 일곱 개 국가에 2억8000여만 명이 살고 있다. 바로 아래 섬들이 길게 이어진 인도네시아에는 2억7000여만 명이 사니 인구가 거의 비슷하다. 어떻게 바다의 섬들은 인도네시아라는 1개 국가를 이루었으며 내륙 반도의 땅은 7개 국가가 되었을까? 그 국가들은 어찌 서로 다르게 살아가게 되었을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종잡을 수 없다. 좋든 나쁘든 살아가는 방식인 문화를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건 정치경제 체제와 종교다.

7개 국가 중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①경제적으로 가장 잘 사는 싱가포르? ②알라께서 보호한다고 믿는 말레이시아? ③왕권이 안정된 타일랜드? ④제국의 역사를 가졌던 캄보디아? ⑤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 ⑥열심히 바쁘게 사는 베트남? ⑦불심이 깊은 미얀마일까? 어디가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 속 샹그리라(Shangri-la)에 가까울까? 과연 그런 데가 있기는 한 걸까? 엉뚱하게도 중국인들은 미얀마-라오스-베트남과 접한 윈난성의 어느 한 곳을 샹그리라(香格里拉)라고 지정했다. 이름만 샹그리라라고 지었을 뿐 정말로 그곳이 천국 같은 이상향 샹그리라일까? 그런 데는 어디에도 없겠다. 샹그리라와 비슷한 개념인 유토피아는 이상향이 아니라 없는(U) 장소(topia)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로부터 올라가 인도차이나-말레이반도를 넘어 중국 윈난성 샹그리라까지 그 어디에도 이상향은 없다. 어느 나라에서든 바로 내 발 디디며 살아가는 여기가 가장 좋은 곳이겠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당나라 때 임제의 문장이 있던데 비슷한 맥락이다. 어디서든 주인이 되라, 그곳이 진리라네. 동의합니다. 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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