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르포] 경사로 없어 당황, 도로 턱에 걸려 아찔…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부산 남구 보행약자 체험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3-04-19 19:48:24
  •  |   본지 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오은택 구청장 등 1시간여 이동
- 1㎝의 턱도 혼자 오르기 힘들어
- 부산 첫 지원조례 2년 지났지만
- 효과는 미미… 예산 뒷받침 절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가니, 1㎝의 작은 틈만 느껴져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19일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 횡단보도에서 오은택 남구청장 등이 보행약자 불편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남구 제공
19일 오후 2시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 인도. 시각장애 체험 안경을 끼고 한 손에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손에 쥔 오은택 남구청장은 이같이 말하며 진땀을 흘렸다. 이날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마련한 ‘명사 초청 보행약자 불편체험’ 행사에서 오 구청장과 국제신문 취재진이 일부 구간은 수동휠체어를 타고, 나머지는 저시력장애 체험 고글을 쓰고 1시간가량 움직였다.

오 구청장과 함께 걸은 남구 장애인복지관 일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았다. 약 50m 구간은 보도블록이 아예 없었고 유엔기념공원 쪽으로 길을 건너면 보도블록 색상이 짙은 회색이라 분간이 힘들었다. 취재진이 안경을 써보니,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에서 일반 보도블록과 색깔 구별이 안 돼 발바닥에 느껴지는 요철에만 의지해 갈 수밖에 없었다. 시각장애인 박승범(50) 씨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이 식별하기 쉬운 노란색이 아니라 일반 보도블록 색과 맞춰서 해놨다”며 “그나마 보도블록이 깔려 있어도 존재 자체를 느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동 휠체어를 탄 채 다니는 길은 장애물 투성이었다. 1㎝ 높이의 턱만 있어도 혼자 힘으로 바퀴를 미는 건 역부족이고 경사로처럼 느껴지지 않는 평평한 길도 갑자기 휠체어가 굴러가 바퀴를 잡는 손이 아팠다. 인근 카페 식당 편의점 등에는 경사로가 없어 시원한 물 한 모금 사 마시는 일이 불가능했다.
20일 장애인의 날…“부산에 전문치과 설립을”-‘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부산뇌성마비장애인부모회와 부산시장애인복지관협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남구는 2021년 ‘장애인 등 이동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 지원 조례안’을 부산 최초로 만들어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만 원의 지원금을 편성했다. 하지만 적은 예산과 법적 한계로 조례 제정 2년이 지나도록 장애인 이동권 향상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가게 10곳에 시범 설치된 경사로는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으로, 휠체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게 주인이 직접 설치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장애인은 고정식을 원하지만, 설치하려면 10만 원 이상의 도로점용료를 매년 구에 납부해야 해 현 조례만으로는 상인의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장애인복지관 유경상 관장은 “보행약자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한 가게는 도로점용료를 제외하는 등 중장기적 지원과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장애인 이동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장애인 구강 건강권 보장 확대를 위한 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과 중증장애인 치과 진료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에서 중증 장애인의 치과 진료가 가능한 곳은 3곳이지만, 상시 진료가 가능한 곳은 부산대병원 1곳이고 마취 전담의가 상시 인력이 아니라 부산 중증장애인은 기초적인 진료도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