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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철강맨의 노후 담금질…농촌교육 농장주로 우뚝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5> 우와또와체험농장 신동섭 대표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4-25 19:32:4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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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살에 포스코 입사 현장 근무
- 퇴직 8년 앞두고 향후 진로 고민
- 직접 농사 아닌 ‘체험농장’ 택해

- 귀농 5년 차에 1000평 농장주
- 포도 하우스·낚시 체험 등 다양
- 30개 교육 수료 “배움 계속돼야”


◇ 신동섭의 이모작 귀띔

-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을 택해 학습과 실행을 반복하라

귀농귀촌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귀농자의 70% 이상이 벼 채소농사를 한다는데 도시에서 늘 세상 변화와 함께 호흡해 온 사람들이 온몸으로만 감당하는 농사를 짓는 것은 맞지 않다. 결국 농업 내에서도 어떤 분야를 택할 것인지, 어떤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가 귀농의 핵심이다. 이번에는 ‘체험농장’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이를 방문했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경주 양동마을에서 형산강을 따라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우와또와체험농장의 신동섭 대표다.
신동섭 대표가 하우스에서 수확한 포도를 들고 웃고 있다.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

▶여기는 우와또와체험농장입니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인증을 받았고 또 경주교육지원청으로부터 경주진로체험처로도 선정된 농촌교육농장입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생태체험교육장, 청소년들의 진로체험교육장으로 운영 중이죠. 코로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 날씨도 좋아지니 요즘은 젊은 부부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옵니다.

-어떤 것을 갖추고 계시나요?

▶샤인 머스캣, 베니바라드 등 포도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5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가 있고요, 프리저브드꽃염색 체험을 하거나 양말목공예 체험, 큰징거미새우낚시 체험이 가능한 실내 교육장도 있습니다. 피자를 구워 먹고 노래도 부르고 연극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무대도 갖추고 있습니다.



신동섭 대표가 우와또와체험농장을 방문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도의 성장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내를 받으며 다녀보니 우와또와는 250평의 잔디정원을 중간에 두고서 배치된 연동형 5개 비닐하우스, 1개의 단동 비닐하우스, 1개의 교육장으로 구성된 총 1000평의 농장이었다. 코로나가 물러가자 학교로부터 자유학기제나 다양한 야외 학습을 위한 방문이 늘고 있다 한다. 평생교육의 사례도 되고 있어 얼마 전 포항시 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70명의 간부들도 이곳에 와서 이사회 행사를 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만 해도 방문객이 1000명은 넘을 것 같다.

-시작하신 지 몇 년 되셨나요? 젊은 시절 무엇을 하셨고요?

▶저는 현재 65세이고 귀농 5년 차입니다. 포스코에 1981년도, 그러니까 23세에 입사하여 현장 조업부서에서 꼬박 36년이나 근무했었네요. 돌아보니 어마어마한 세월입니다. 포스코는 세계 제일의 철강회사지요. 최고의 회사에 다니는 자긍심을 갖고 살았던 세월입니다.

-평생을 철강생산 분야에 종사하셨는데 이렇게 농업으로 전향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요? 어떻게 농촌체험교육장을 결심하셨나요?

▶우연한 계기가 있었죠. 52세 때였어요. 서울에 출장을 갔었는데, 한 공원에 수십 명의 노인들이 우두커니 앉아 먼 산이나 쳐다보는 장면을 목격했었어요. 동공은 허전하고 얼굴에는 표정이 없더군요. 충격을 받았어요. 그날 따라 ‘나는 저렇게 늙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생기더군요.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간혹 뚜렷이 각인되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퇴직을 8년 정도 앞두고 있을 때는 퇴직 후 진로를 깊이 생각지 않는다. 그 시점에는 승진이나 승급을 위한 조직의 요구조건에 쫓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동섭 대표는 퇴직을 8년을 남겨두고 그의 미래를 골똘히 생각하는 계기에 부딪혔던 것 같다.

-농사일을 해보신 적이 있었나요?

▶농사일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계기로 고민을 시작했고, 그래서 일단 재직하던 회사에서 운영하는 에코팜이라는 귀농 프로그램에 나가보았어요. 퇴직 6년 전부터였어요. 휴무 휴일 등을 활용했죠. 기초과정이었으나 제게 주어진 남은 50년의 인생을 본격 생각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했어요. 인생이모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여러 유형이 있으시겠지만 어떤 유형을 택하시든 저는 공부가 기본이라고 생각하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은퇴 후 귀농귀촌은 ‘나라 안의 이민’과 같습니다. 생소하고 낯설죠. 인생이모작은 매우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실패하면 안 되는 나이죠. 가장 먼저 자신만의 인생이모작의 목표를 정확히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분명했습니다. 늦은 노년에도 몸을 움직여 계속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정했죠. 돈보다는 지속가능성을 택했습니다. 그러니 농업이 선택되더군요. 그다음에는 어떤 농업이냐를 생각해야 했어요. 흔히 어떤 작목을 할 것인가의 문제죠. 저는 이를 정하는데 2년 정도 보낸 거 같아요. 제게 이 시간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2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셨나요?

▶그냥 막연한 생각에 생각을 보태는 시간은 의미 없습니다. 저는 직접 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았고, 학습과 고심 끝에 도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농장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앞선 사례를 직접 찾아다니며 배웠습니다. 배울 거리가 있는 농장이나 학습장에는 1~2년간 다니며 일도 해주면서 배웠죠. 제겐 살아있는 학습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이모작을 준비하는 기간은 충분히 가져야 합니다. 성공이나 실패 사례를 꼼꼼히 챙기며 성실하게 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귀농귀촌 분야에 좋은 문화가 있는데요. 정부에서 하는 무료 강좌도 도움 되죠. 그리고 귀농귀촌 분야에서 앞서 성공한 사람들이 선의로 도와주는 문화가 있어요. 저는 전북 김제시에 있는 로컬랜드 이대훈 대표에게서 많이 배웠고, 김해 포도농원 은기원의 서병희 대표, 김천 행복한농원의 조우형 대표와 같은 탁월한 분들에게서도 배웠어요.

-공부하며 적용하고 또 공부하는 습관 말씀이군요.

▶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저는 평생 강철생산 일에 종사해 왔는데 물과 흙 그리고 식물을 취급하려니 처음엔 너무 막막했죠. 그래서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6차산업, 경관농업, 과실을 이용한 디저트 등도 공부했죠. 한 과목당 1년에 100시간짜리 과정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니 과목당 20만~60만 원 수업료를 내면 되는데요, 이론과 현장 견학이 함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입니다. 또 지자체가 운영하는 농업대학도 있습니다. 경주시의 아열대과정, 창업활성화과정이 유익했고, 영천시의 와인양조과정, 포항시의 귀농귀촌반 사과기초반도 다녔고요. 그동안 저는 30여 개 과정을, 아내는 10여 개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총 4000여 시간을 공부했어요. 지금도 곤충전문가과정과 발효식초제조상품화과정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귀농귀촌자를 만나보았지만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례는 없었다. 철강회사 종사자답게 자신을 상대로 담금질과 벼름질을 해왔던 것 같다. 근면한 사람이다. 하긴 근면성은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고 외쳤던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도 강조했던 덕목이 아닌가.

-현재 인생이모작 5년 차인데, 스스로 점수를 매기면 몇 점일까요?

▶100점 만점에 200점입니다. 만족스럽습니다. 5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설립했을 때 코로나19가 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공부하며 시설기반을 더 닦았습니다. 또 비교적 일찍 시작했기에 서둘지 않고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 장애물이 있어도 극복할 시간이 있었죠. 또 아내 김연희 부대표와 의견이 잘 맞습니다. 그러니 농장의 프로그램 운영도 늘 쾌적합니다. 인생이모작은 ‘가족만족’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목표를 늘 점검하고 있죠.

-그 외 성공적인 요인은 무엇일까요?

▶동아리 활동입니다. 36년 치열하게 직장생활 했지만, 이젠 선배 동료들 다 퇴직했고 친하던 후배들도 퇴직했어요. 과거의 밀접했던 인간관계도 계속할 수 없어요. 저는 농업 분야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분들과 함께 만들어진 커뮤니티에 즐겁게 참여합니다. 멘토가 되기도 하고 멘티가 되기도 하죠. 저는 짬짬이 기타 하모니카도 하면서 동아리도 열심히 했습니다. 인생이모작땐 일거리와 더불어 건강 취미동아리 부부관계 자식들에서 삶의 질이 결정 나죠. 이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터져버리면 비틀거리게 됩니다.



배운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말하는 신동섭에게서 받을 수 있는 인생힌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생이모작의 방향을 잘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30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일을 중시했다. 이른바 재테크보다는 일테크다.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저자 다니엘 핑크는 “19세기의 사람들은 쓰러질 때까지 일했다. 20세기의 사람들은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21세기의 사람들은 새로운, 그러나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 인생의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일할 것이다”고 했다. ‘100세 현역’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탄 신동섭은 분명 핑크가 두고두고 이야기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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