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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골 펜스’로는 아이들 못 지킨다

청동초 사고로 부서진 펜스, 영도구 유사제품 설치 예정…비슷한 사고 나면 무용지물

급경사 남구 동천초 스쿨존…선제적 ‘차량용’ 구축 대조

  • 최혁규 narrative@kookje.co.kr, 조성우 기자
  •  |   입력 : 2023-05-03 20: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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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가 지난달 28일 청동초등학교 등굣길 사망사고로 부서진 안전펜스를 기존과 비슷한 강도의 제품으로 교체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또다시 강한 충격의 사고가 났을 때 참극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영도구는 ‘정부 지침’에 맞게 펜스를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사고 당시 펜스를 가격했던 1.7t짜리 화물 등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강도가 훨씬 센 차량용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달 28일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사망사고 때 1.7t짜리 화물 충격에 힘없이 뒹굴고 있는 경계용 펜스. 오른쪽은 3일 부산 남구 동천초 정문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 14t 차량의 충격도 막을 수 있는 강도의 차량용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독자 제공·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영도구는 오는 19일까지 청동초 어린이보호구역 내 파손된 안전펜스를 ‘보행자방호용’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되는 안전펜스는 보통 ‘보행자방호용’과 ‘경계용’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수직하중조건(펜스 1m 당 98㎏)과 수평하중조건(펜스 1m 당 370㎏) 등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펜스 길이가 2m에 가까운 점을 감안할 때, 보행자방호용 펜스는 70~80㎏ 성인 10명이 미는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정도다. 경계용은 이런 기준 없이 인도와 보도를 구별하는 용도에 그친다.

하지만 보행자방호용 또한 실제 차량 충격 등의 강한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보행자 안전을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지대 급경사에 위치한 학교에 한해서는 차량용 펜스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도로교통공단 이환진 차장은 “비용 문제 때문에 차량용 펜스를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하는 것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보행자용 펜스는 차량 충격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하거나 비탈길 등 위험 구간은 부분적으로 차량용 펜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구가 보행자용 펜스를 설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하나마나식 대책”이라는 비난이 들끓는다. 초등생이 등굣길에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사고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펜스 설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영도구는 애초 파손된 펜스와 동일한 ‘경계용’ 펜스를 설치하려다 취재가 시작되자 보행자방호용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영도구 관계자는 “행안부 지침에 따라 스쿨존 안전펜스는 무단횡단을 억제하고 보도와 차도를 시각적으로 분리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고 밝혔다. 청동초 한 학부모는 “10살 어린이가 학교 근처에서 숨졌는 데도 비슷한 펜스를 설치하려는 영도구는 도대체 정신이 있나”고 비판했다.

영도구와 대조적으로 남구 동천초 인근에는 부산지역 304곳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중 유일하게 차량용 펜스(방호책)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펜스는 SB4등급으로 14t 차량이 시속 65㎞로로 부딪혀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남구 관계자는 “동천초 일대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경사가 심하고 길이 위험한 데다 차량 통행량도 많아 일반 펜스보다 40~50% 비싼 차량용 펜스를 설치했다”며 “어린이보호구역 내엔 특정 종류의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행자 안전을 위해 튼튼한 펜스를 설치한 것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중영도) 의원은 “이번 참사 원인 중 하나인 안전펜스가 충분한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해 기존 펜스보다 더 강화된 펜스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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