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사고 직후까지 이웃동생 챙긴 예서…어른보다 의젓했다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참변 당시

예서 양 "숨쉬기 어렵다" 알리며

동생엔 "언니 괜찮아" 안심시켜

평소에도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해

그 덕분에 그 아이는 목숨 구해

학부모회 자발적 교통지도 확대

  • 최혁규 기자 narrative@kookje.co.kr조성우 기자
  •  |   입력 : 2023-05-04 18:07:21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발생한 등굣길 참변에서 불법주정차 및 안전의무 위반 등 어른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고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고(故) 황예서 양이 이웃 동생을 챙기던 의젓한 당시 모습이 알려져 더 큰 슬픔을 주고 있다. 청동초 학부모들은 제2의 예서를 막기 위해 앞다퉈 등굣길 교통지도를 자처하고 나섰다.

4일 영도구 청동초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황예서 양의 추모관. 아이들이 가져온 간식을 놓은 후 추모 글귀를 적고 있다. 조성우 기자
4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사고 당시 경상을 입은 A 양의 학부모는 국제신문 취재진에 “예서가 어망실에 깔린 후에도 함께 손잡고 가던 제 딸에게 ‘언니는 괜찮아’라며 안심시켰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숨을 쉬기 어렵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도 함께 등교하던 이웃 동생에겐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다.

A 양의 가족에 따르면, 예서는 지난 3월 청동초에 입학한 같은 아파트의 1학년 A 양을 살뜰히 챙겼다. 예서와 다른 친구 B, C 양은 번갈아가며 A 양의 ‘등굣길 짝궁’을 자처해 하루씩 A 양의 손을 잡고 등교했다. 이날은 예서가 A 양과 등교하던 길이었다. 사고 당시 B, C 양도 가까이에 있었지만 가까스로 화는 면했다.

예서와 친구들은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차도에 가까이 걷다가 혹시라도 달리는 차량에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항상 A 양을 인도 쪽으로 걷도록 한 뒤 함께 등교했다. 사고 당일에도 차도에서 인도로 비스듬히 굴러오는 어망 원사에 예서 양은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인도 안쪽으로 걷던 A 양은 예서의 보호 덕분에 큰 부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은 사고 당시 어른과 대조적이다. 사건 당시 공개된 CC(폐쇄회로)TV를 보면, 어망 원사가 내리막길에서 굴러 내려가자 비탈길 위 업체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일부 직원은 황급히 뛰어 내려갔지만 몇몇은 이내 포기하고 뒷짐을 지고 되돌아가는 모습이 찍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사고 현장에 예서 양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조성우 기자
경찰은 사고를 유발한 어망 제조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영도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 D(70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D 씨는 사고 당시 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지게차 운전을 한 혐의다. 이 외에도 경찰은 상하차 작업 당시 관여한 작업자를 5명으로 좁히고 책임 소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작업 안전 계획서 작성이나 신호수 배치 등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오전 업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제2의 예서 사건을 막기 위해 학부모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청동초 학부모회는 직접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교통지도에 나섰다. 예전에는 매주 월요일에만 교통지도에 나서다가 사고 이후 지난 1일부터 평일 등굣길 교통지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회가 교통지도를 실시한 구간은 일동주택부터 일신마리나아파트 입구까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포함해 200m가량으로 대폭 넓혔다. 인원도 4명에서 6명으로 늘렸으며, 이날은 3명이 더 지원해 9명이 참여했다. 현재 청동초 학부모회에는 교통지도 신청 인원이 270명을 넘었다. 청동초 전교생(552명)을 감안하면 학부모 절반 이상이 아이들 안전지킴이를 자처했다.

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학부모는 “생업이 바쁘지만 이번 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교통지도에 나갔다”며 “등굣길 지도를 하고 있으면 아이를 바래다 주던 다른 학부모들이 ‘나도 하겠다’고 말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최혁규 조성우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4. 4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7. 7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8. 8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9. 9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9. 9'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3. 3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4. 4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