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잔혹 등굣길은 구태 행정 작품...'제2 예서'는 없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민원 수십 년간 외면

사고 나고도 같은 펜스 설치 시도

성의 있는 재발 방지대책 내놔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혁규 메가시티사회부 기자
부산 영도구가 등굣길 참사가 벌어진 청동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 내 일부 안전펜스를 차량용 펜스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남구 동천초에 이어 부산에서 두 번째다. 영도구는 지난달 28일 학교 앞 안전펜스(‘경계용’)가 보호 기능을 못해 황예서 양이 사망하자, 기존보다 조금 더 강화된 보행자방호용 펜스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사고 지점처럼 고지대 급경사의 위험 구간에서 또다시 강한 외부충격이 가해진다면 ‘약골 펜스’로는 아이를 못 지킨다(국제신문 지난 4일 자 1면 보도)고 지적, 급기야 구는 두 번의 수정을 거쳐 ‘차량용 펜스’ 설치로 확정했다. 다행히 지난 4일 국민의힘 이주환(연제구) 의원의 발의로 고지대 스쿨존에 차량용 펜스 의무 설치법안이 발의된 것도 힘을 실어줬다. 평소 친구나 이웃 동생 등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는 예서 아버지의 말씀처럼, 예서 양은 떠나면서도 친구들을 위한 귀한 ‘안전’을 선물로 남겼다.

지난 2일 청동초 3학년 교실 고(故) 황예서 양의 자리에 친구들이 놓아둔 국화꽃과 손 편지 등. 이원준 기자
예서가 떠난 열흘 동안 취재 현장에서 만난 어른들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학교가 생긴 지 40년이 넘었지만 청동초 등굣길은 안전펜스 없는 옹벽이 100m가량 자리잡고 있다. 학부모들은 수십년 간 민원을 넣었음에도, 구가 ‘주민 협의 우선’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관련 기사를 지난 3월 말 보도했지만, 행정은 이마저도 사진찍기용 반짝 이벤트로 이용했을 뿐 이후 누구도 가시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취재를 할수록 10살 예서 양 사고는 무심한 행정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는 불법이지만 구는 여태껏 업체에 과태료도 부과하지 않았을 뿐더러, 인도에 불법 적치물이 있었음에도 ‘공식적’ 민원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하지 않았다. 또 보도와 차도를 구별하는 경계용 수준의 펜스로 인명피해를 키웠음에도 사고 후에 똑같은 재질의 안전펜스를 관행적으로 설치하려고 하는 무성의한 행정에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이 반발만 앞섰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번 비극은 등굣길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하는 장소가 행정의 관행·묵인 하에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버린 전형적인 ‘행정 실패’에 가깝다.

어린 생명이 어이없는 사고로 숨진 뒤에야 행정은 여느 때처럼 불법주정차 방지 CCTV 설치를 확대하겠다거나, 안전펜스 강화 대책을 내놓는 등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 조성에 1차적 책임이 있는 구청장은 빈소에서 사고원인이 무엇이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그 업체가 항상 그렇게 해왔는데 어쩌다보니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답해 생때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날 당장 내놓을 대책이 없었다면 그저 자식 잃은 부모를 부둥켜 안고 함께 꺼이꺼이 울어줄 수는 없었을까.

쏟아지는 대책 속에서 일각에선 이번 사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말 외양간을 잘 고쳐, 제2·3의 예서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발 더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행정이 움직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만이, 영도에서 자식을 키우려 한 자신의 선택을 자책하고 있는 예서 아버지에게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근대5종 김선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 안겨
  2. 2"내가 도와줄게"…강에 빠진 강아지 구해준 늪악어 무슨일?
  3. 3(박수현의 꽃) 절에서 많이 재배해 절꽃으로 불려
  4. 4"오염수 하루 90t씩 생성, 방류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5. 5(속보)민주 원내대표 경선에 친명 중진 김민석·남인순·홍익표 출마
  6. 6국힘 "문재인, 이재명 구속위기에도 평산책방 홍보…기가 찰 뿐"
  7. 7전기차 보급 늘지만 안전은 ‘글쎄’… 3년 새 화재 3배 증가
  8. 8암초 걸린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3자 제안 공고 일정 중단
  9. 9남해 동흥방파제 해상서 물고기 집단 폐사…군, 원인 파악 나서
  10. 10변호사 행세하며 돈 가져간 모자 징역형
  1. 1(속보)민주 원내대표 경선에 친명 중진 김민석·남인순·홍익표 출마
  2. 2국힘 "문재인, 이재명 구속위기에도 평산책방 홍보…기가 찰 뿐"
  3. 3대통령실, 文 '진보정보 우위론'에 "오염된 정보 기반 주장"
  4. 4여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해 승리에 올인
  5. 5울산 기초·광역의원들 1년간 입법활동 전국 평균에도 못미쳐
  6. 6한중일 엑스포 3각 함수 속 중국 "부산 지지 진지 검토" 속내는
  7. 7닷새간 41개국과 회담한 尹, 부산 위상 세계에 각인 효과
  8. 82차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 검출…민주 "우리 정부 입장 표명 없어" 질타
  9. 9한 총리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에 시진핑 "진지하게 검토"
  10. 10(종합)이재명 단식 중단…26일 영장심사 출석, 당 내홍 진화 등 과제 '산적'
  1. 1"오염수 하루 90t씩 생성, 방류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2. 2전기차 보급 늘지만 안전은 ‘글쎄’… 3년 새 화재 3배 증가
  3. 3암초 걸린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 3자 제안 공고 일정 중단
  4. 4“‘종자 산업’ 관심 있는 젊은이들 찾습니다”
  5. 5아버지 집 사면서 자금 조달 내역은 전무… “불법 증여 의심”
  6. 6사고 잦은 코레일, 올해에만 탈선 15건
  7. 7전국화물자동차공제조합, 올해 235건·21억 규모 보험사기 적발
  8. 8추석 앞둔 효도가전, 실용성 정성 잡아라
  9. 9수출 정체에 고금리·고유가까지…韓경제 '저성장 고착화'
  10. 10어르신께 추석용돈 얼마나...빅데이터로 본 송금트렌드
  1. 1남해 동흥방파제 해상서 물고기 집단 폐사…군, 원인 파악 나서
  2. 2변호사 행세하며 돈 가져간 모자 징역형
  3. 3부산 강서구 덕도예술마루 설립 엎어지나
  4. 4파리 시민과 2030부산세계박람회 알린다
  5. 5경남도, 우주항공산업 발전 위해 유럽 이어 일본과 교류 물꼬
  6. 6독립유공자 주익 선생 후손, '유족등록 거부 취소' 2심서 승소
  7. 724일, 가끔 구름 많은 날씨... 너울, 해안 강한 바람 유의
  8. 8창원시, 수도권 이동 단축·대구 산단 잇는 광역 철도망 구축 성공할까
  9. 9산청엑스포 경남 세계인 화합의 장이 되다
  10. 10거창군, 냉해·우박 피해 농가 재난지원금 추석 전 지급
  1. 1[속보] 근대5종 김선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 안겨
  2. 2[속보] 유도 정예린, 여자 52kg급서 동메달
  3. 3[속보]태권도 품새 강완진, 항저우 AG 한국 첫 금메달
  4. 4[속보] 남자 근대5종 전웅태, 한국 첫 2관왕
  5. 5[속보]준결승 반칙패 당한 안바울, 동메달 획득
  6. 6[속보]태권도 차예은 금메달…한국, 품새 금메달 싹쓸이
  7. 7한국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금·은메달 확보
  8. 8[속보]유도 이하림, 항저우 AG 은메달 획득
  9. 9한국 여자 에페 개인전서 동메달 2개 확보
  10. 10황선우, 항저우 AG 자유형 100m 동메달
우리은행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18살 돼서야 듣게 된 생부 전사 소식…전우 찾아 다녔죠”
지금 법원에선
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