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는 그 존재만으로 우리 집을 가득 채우던 사랑스런 아이였습니다. 제 인생 즐거움의 전부라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21일 오전 11시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 한적한 공원묘역은 아이 잃은 부모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곳은 지난달 28일 부산 청동초 등굣길 참사 희생자인 고(故) 황예서 양이 안치된 장소다. 이날 예서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모가 예서의 10번째 생일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즐거워야 할 생일 파티는 축하노래가 아닌 가족의 울음이 대신했다. “예서야, 네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딸기마카롱 사왔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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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서 고(故) 황예서 양 묘소를 찾은 가족이 생일 케이크 등을 올려놓고 흐느끼고 있다.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등굣길에서 참변을 당한 예서 양의 10살 생일(지난 19일)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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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는 외조부 외조모가 함께 모셔진 가족 봉안묘에 합장됐다. 묘역에는 ‘어른들이 미안해’라고 적힌 꽃다발 등 예서를 추모하는 물건이 가득했다. 예서 아버지 A 씨는 “예서는 생전에 여기에 오는 걸 좋아했다. 소풍 온 것처럼 언니와 뛰어다녔는데, 우리 애가 묻혀 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슬퍼했다.
사고 이후 예서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4살 터울 언니는 그날 이후 부쩍 말수가 줄었다. 가족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언니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큰 상처를 받고 있을까 봐 걱정이다.
아버지는 직장에 복귀했지만 업무가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A 씨는 “일을 하다 문득 예서 생각에 미친 듯이 눈물이 솟구친다. 동료들의 배려 덕에 일을 하고 있지만, 예서 빈 자리가 너무 크다”고 울음을 삼켰다. A 씨는 예서 양의 생일인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랑하는 내 딸 예서야. 네가 없는 세상에서 엄마와 아빠는 살아갈 힘이 나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가는 딸의 빈자리에 아파했다.
A 씨는 “제2의 예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서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청동초 학부들에게서 ‘혹여나 등굣길에 위험한 물건이 덮치지 않는지 자꾸 뒤돌아 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서 사고 후 학생들은 일상에서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하루 빨리 당국이 아이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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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부산시 교육청 경찰청 국민의힘 등 관계 기관이 ‘스쿨존 안전 확보책’을 논의한 후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어 물의를 빚고 있다. 등굣길 참사를 당한 고(故) 황예서 양의 사고재발 방지책 마련 자리였던 만큼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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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뜸을 들이던 A 씨는 지난 1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방지 간담회 사진을 보고 다시 한 번 피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부산시·시교육청·시경찰청·국민의힘 등 관계 기관이 스쿨존 안전 확보책을 논의한 이후, 웃음을 띠고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분명 예서 사고 이후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진지하고 엄숙한 자리였을 텐데 환하게 웃는 단체사진이 말이 되나. 진정 예서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허탈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