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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으로 무너진 청춘, 지켜낸 22일간의 투병일지…"고통 속 희망의 기록"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21>

농담처럼 찾아온 마비

동생을 지킨 오빠의 당부

희망과 절망이 혼재한 17일간의 기록

계속된 고통에도 꺾이지 않은 청춘

떠난 자의 선물, 남은 자의 숙제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오찬영 기자 chxxyxxng@kookje.co.kr
  •  |   입력 : 2023-06-03 0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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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던 아이가 백신 접종 한 번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어요. 안타까워요. 그 억울함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지난달 30일 김 씨는 전남 보성군에 마련된 여동생의 무덤 앞에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김 씨의 동생 라미 씨는 2021년 12월 27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이후 급성 횡단성 척수염에 걸려 투병 20여 일 만인 지난해 1월 21일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제대로 된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풀린 코로나19 백신은 젊은 목숨을 거둬가는 데 그치지 않았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청년들은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접어야 했고,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굳게 감겼다.

●농담처럼 찾아온 마비…“꿈 많던 청년 날개 꺾여”

라미 씨도 그런 안타까운 청춘 중 한 명이었다. 투병 이틀 전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꿈을 키웠고, 그 일상의 흔적은 손때 묻은 공책 책 등 유품에 정성스레 남아 있었다. 관광 분야 공기업 준비를 위해 풀었던 문제집, 장래 계획이 순서대로 적힌 자기 개발계획서와 이력서, 외국 생활을 위해 준비했던 어학 공부 노트. 향후 일정이 빼곡히 적힌 공책 한 켠엔 아르바이트 식당의 레시피도 적혀 있었다. 하나하나 꿈 많던 청년이 얼마나 삶에 진지하게 임했는지 보여줬다.

2남2녀 중 셋째였던, 동생이 떠나고 1년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김 씨는 동생의 유품을 수 차례 꺼내보면서 한순간에 꿈과 일상이 사라져버린 삶의 기구함에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어려움 가정 형편 탓에 유년기 내내 남매는 각기 다른 지역에서 떨어져 지내야 했다. 늘 마음으로 응원했던 동생이었는데,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나니 김 씨는 아직도 꿈인 것만 같다.

보성에서 나고 자라 유년기를 보낸 고인은 성인이 되자마자 부산으로 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투병하기 전까지 꿈을 위해 쉼 없이 삶을 살아냈다. 방송 미디어 홍보 쪽에서 꿈을 펼치려고 대학에 다니다가 진로를 바꿔 중퇴한 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가며 공기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라미 씨는 백신 접종을 꺼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일을 하려면 정부 방침에 따라 백신 접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허리 통증과 배뇨 장애를 느끼고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1월 1일 하반신에 이상이 생기자 큰 병원으로 옮겨 투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동생의 연락을 받은 김 씨는 지내던 광주에서 부랴부랴 병원 응급실에 찾아갔으나 그때까지 불길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울고 불고 하면서 하바신 마비가 왔다는 겁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신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죠.” 그날도 두 사람은 여느 남매처럼 “너 퇴원하면 보자. 오빠 놀라게 했으니 가만히 안 두겠다” “오빠한테 혼난 거 갚아주겠다” 등의 장난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 했다고 한다. 응급실 만 나오면 완쾌해 병원 생활이 끝날 줄만 알았다. 남매가 들은 진단명은 급성횡단성척수염. 담당 의사의 표정은 심각했다. 당시 상황을 라미 씨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처음 다리가 안 움직일 때 일시적인 일이라 구급차 불러서 병원 가 검사하고 치료하면 낫겠지 했다. 가볍게 생각했지. …(중략)… 오전이 오후가 되고 비용 이야기를 하면서 MRI를 찍자는 선생님. 그 순간 나는 이상함을 감지한 것 같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뒤 급성횡단성척수염 진단을 받고 숨진 고(故) 김라미 씨의 투병 전 건강했던 모습.
●동생을 지킨 오빠의 당부…“병상일지로 너를 지켜줘”

라미 씨의 증세는 나날이 악화됐다. 등 통증이 시작되더니 다리 감각이 점점 둔화하고 운동 능력도 떨어졌다. 배뇨 기능도 갈수록 저하됐다. 횡단성척수염이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다 보니 알 도리가 없었는데, 수소문 끝에 회복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당시 김 씨는 동생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걱정을 많이했는데, 라미 씨는 오히려 “돈 걱정 하지마. 내가 어느 정도 보탤게”라면서 오빠를 위로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동생이 자리에서 금방 털고 나올 거라 믿었다. “앞날이 창창한 애인데, 아파서 누워있으니 안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이 병에서 회복되면 안정적으로 자립할 기반을 찾기 위해 분주했죠.”

이후 라미 씨의 몸 속 염증은 계속 퍼져나갔지만, 먹고 싶은 음식과 읽고 싶은 책을 오빠에게 부탁할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꺾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 투병생활은 스마트폰 속 병상일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 씨가 라미 씨에게 하루하루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려면 일기를 쓰라고 당부했고, 동생은 오빠의 ‘미션’을 착실히 완수했다.

#1월 1일 토

백병원 응급실 배뇨장애와 다리 근육 힘 없음으로 왔음.

#1월 2일 일

백병원 응급실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에 감각이 없고 걸을 수 없었음. 구급차 타고 병원 이송. 검사-엑스레이, 심전도, 척추 MRI, 척추 CT, 척추 조영제 투입 MRI, 머리 CT, 복부 X-ray, 머리 정밀 MRI, 피검사, 뇌척수액 검사.

#1월 3일 월

응급실에서 병실로 2시30분 입원.

#1월 5일 수

재활 치료 9시 시작.

#1월 6일 목

재활 치료 전 오빠와 1층까지 휠체어 타고 바깥 구경. 오랜 만에 시원하고 좋았다. 빨리 내 두 발로 나가서 (바람을) 맞고 싶다. 9시 재활치료, 10시 5층 정원 콧바람, 저녁 먹고 딸기, 과자 (먹음).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뒤 급성횡단성척수염 진단을 받고 숨진 고(故) 김라미 씨가 투병 당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희망과 절망이 혼재한 17일간의 기록…“벗어나려면 어쩌면 좋을까?”

갑자기 닥쳐온 병마는 청춘을 혼란스럽게 했다. 어찌 할 수 없는 불행 앞에서 일상과 꿈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런데도 라미 씨는 매일 재활 치료 내용을 일지에 적으며 회복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한 번씩 불어 닥치는 육체와 정신의 고통은 20대의 투병 생활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잠시 있으면 낫겠지” 했던 순간이 길어지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몸을 움직이 못해 필요한 간병인 비용 등 치료비 걱정도 했는데, 갑작스런 불행 앞에 흔들리는 청춘을 도울 이는 객지에서 어렵게 지내는 오빠와 여동생 등 가족 외에 누구도 없었다. 이들을 도울 사회적 장치도 전무했다.

#1월 8일 토

배변과 배뇨 활동 만 혼자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게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수치심이 극에 달하다가 자포자기. 오늘 스테로이드 알약으로 바꿔서 그런지 열이 많이 난다. …(중략)… 사람이 몸을 못쓰면 생각도 없나보다. 나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덜 힘들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서 눈물이 났다. 갑자기 생긴 이 상황이 너무나 미안했다. 다리라도 괜찮았더라면 절대 (간병인을) 부를 생각이 없다. 정말 어쩔 수 없으니까. 비용.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낫기만 하면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왔고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도 많다.

#1월 9일 일

새벽 다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어서 잠을 잘 못 잠. 앉아 있을 때도 매우 뻣뻣한 느낌.

#1월 10일 월

오늘 아침 잠을 잘못 잤는지 등 전체가 아프다. 아침 맛있게 못 먹음. 어제 오늘 계속 누워 있어서 힘들다. 시술한다고 물리치료도 안 갔는데, 너무 짜증 난다. 창가 아주머니의 따님 기도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고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감사하다. …(중략)…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아도 걱정, 안 나아도 걱정. 목 디스크 걸린 것 같다. 밥 먹을 때도 불편, 잘 때도 불편. 열도 많아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린 것 같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뒤 급성횡단성척수염 진단을 받고 숨진 고(故) 김라미 씨가 공책에 적은 버킷 리스트.
●계속된 고통에도 꺾이지 않은 청춘…“이런 시간이 있어서 앞으로 열심히 살 듯”

투병의 나날은 늘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빈번했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육체·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글귀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도 라미 씨는 삶의 의지를 꺾지 않고 일상에 복귀하는 날 만을 고대했다.

#1월 11일 화

병원 생활만 11일째. 날짜 개념이 없어지는 기분. 하루를 보내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한심, 허무. 척수액검사를 다시 하자고 한다.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검사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빨리 걸을 수만 있다면….

#1월 12일 수

등 전체가 아파서 아침부터 밥 먹을 때 죽는 줄…. 밥 한 끼 안 먹었다고 기운도 없다. 물리치료 가는 길에도 아파서 그냥 돌아와 진통제를 맞고 쉬었다. 아프니 짜증이 올라온다. …(중략)… 병원 밥이 맛있는 거 아니지만, 그래도 잘 먹었다. 등 통증 또한 한결 나아졌다.

#1월 13일 목

매일 8시 이후 잠들고 4~5시 깨어나고 야식도 끊고 삼시세끼 챙겨먹고 물리치료도 받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거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보내는 중. 오늘은 책을 주문했으니 책도 읽고 앞으로의 계획도 짜보고 열심히 재활해서 걷자. 오른쪽 다리가 생각보다 감각이 많이 돌아오고 힘도 생긴 것 같다. 뭔가 희망을 본 기분. 오늘은 잠을 깊게 잤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만날 잠을 깊게 못자서 힘들었는데….

#1월 14일 금

원인이나 찾아서 치료 좀…. 앉아 있는 것도 힘들다. 허리가 아파 죽는 줄…. 서는 것(물리치료) 하다가 어지러워 큰일 날 뻔 했다. …(중략)… 내일 물리(치료) 가기 싫다. 컨디션 난조로 빠질까? 점심 먹기 전에 잠이온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입맛이 없다. …(중략)… 식은 땀이 줄줄…. 더운 게 아닌데, 오늘은 더 그렇다. 혈장(분리혈장교환술 치료) 세 번째는 지끈지끈…. 메스꺼움과 한기도 느껴진다.

#1월 15일

잠을 잘 잔 것 같은데, 몸이 이상해 컨디션 난조. 내 마음 대로 안 되니 짜증이 몰려온다. 물리치료 중 서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순간 너무 어지러워서 힘들었다. …(중략)… 오빠는 걱정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 걱정이 없다. 어서 치료가 잘 돼서 걷기 만을…. 움직이지 않고 감각이 없지만 난 괜찮소. 이런 시간이 있어서 앞으로 잘 먹고 운동하고 열심히 살 것 같다.

#1월 17일(마지막 일지)

진짜 등이 매일 아픈 것 같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컨디션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중략)… 욕창에 헐어서 미칠 것 같다. (사용하는) 연고도 늘어나고…. 물리치료 하는데, 왜 여기서 하소연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리 기분이 다운되는지 모르겠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뒤 급성횡단성척수염 진단을 받고 숨진 고(故) 김라미 씨의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결과서.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기각 판정이 나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떠난 자의 선물, 남은 자의 숙제…“가족 의미 일깨워준 동생, 사인 규명 남아”

투병 7일째 되는 날 라미 씨는 일지에 “오로지 나를 보고 사는 삶. 나는 낫기만 하면 다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는 13일 뒤인 지난해 1월 21일 새벽 2시38분 숨을 거뒀다. 그 직전까지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고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했던 28세 청년은 꿈과 가족을 뒤로 한 채 고향 보성의 어머니 묘지 옆에 묻혔다. 오빠 김 씨는 “동생이 늘 챙겨줄 게 많은 아이인줄만 알았는데,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아꼈던 큰 사람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면서 “병원에서 두 발로 걸어 나가 삶을 다시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동생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였다. 그는 “동생이 소원대로 삶을 온전히 되찾지 못한 이유라도 찾아주는 게 오빠로서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다”면서 “정부로부터 동생의 정확한 사인을 듣는 게 해야 할 마지막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동생이 백신 접종 이상 반응으로 숨졌다고 보고, 질병관리청에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 심사를 요청했으나 기각 판정을 받았다. 심의결과서에는 ‘의료기관 내원해 시행한 검사 결과 척수염을 진단 받아 입원 치료하다가 사망한 점과 부검 감정서 결과 척수의 고도 염증으로 추정한 점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보다 이로 인해 해당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더 높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적혀 있었다. 동생이 접종 ‘결과’ 얻은 줄 알았던 질환이 오히려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동생이 척수염과 관련해 어떤 기저질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 안정성연구센터도 최근 급성횡단성척수염과 관련해 ‘모든 종류의 백신에서 접종 뒤 통계적으로 일어날 유의한 위험 발생 증가가 관찰됐으며, 인과관계를 수용할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동생이 접종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나갈 정도로 건강했다는 점과 여러 진단 서류, 병상일지 등을 첨부해 인과성 재심을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동생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납득할 답을 얻을 때까지 움직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동생이 원했던 대로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색했던 아버지와 조금씩 대화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왕래가 적었던 다른 형제들 간에도 소통이 더 늘었어요. 라미가 남기고 간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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