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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시행사 250억 횡령·잠적' 합천군 부실한 감독 도마 위

협약에 업무 보고 의무화 조항 없어

운영비 과다 책정 1년여 만에 인지

대체사업자 못 찾으면 300억 배상

군, 도 감사 의뢰·의회 사무감사 검토

김윤철 군수 "공무원 잘못 엄중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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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숙박시설(호텔) 건립 사업 시행자가 거액의 대출금을 횡령한 뒤 잠적해 사업이 좌초 위기(국제신문 지난 2일 자 9면 보도)를 맞은 가운데 군이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책임을 떠안는 불합리한 협약을 맺어 화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합천군청 전경. 국제신문 DB
4일 합천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1일 해당 사업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옛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에 실시협약(MOA) 해지를 통보했다. 리조트 대표 A 씨가 지난 4월 19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 250억 원을 횡령한 뒤 연락이 끊긴 이후 실시협약을 근거로 시행사와 금융사 간 체결한 PF대출 약정의 후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행 조건은 호텔 위탁 운영사업자로 지정된 ㈜호텔롯데가 모브호텔앤리조트와 체결한 계약서를 PF대출 금융대주단에 제출하는 것이다.

합천군은 2021년 9월 단독 입찰로 선정된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와 590억 원 규모의 호텔 조성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업비는 시행사가 40억 원을 투자하고 PF로 550억 원을 조달하기로 계획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문이 해당 실시협약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합천군에 불리한 조항이 일부 확인됐다. 이번 사태로 군이 최악의 경우 원리금과 이자 등을 포함해 최대 3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협약에 있는 조항 때문이다.

제42조에서 주무관청인 합천군이나 사업시행사가 각각 협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을 명시했다. 제43조에서는 해지 사유를 제공한 각 기관이 손해배상하기로 돼 있다.

그런데 정작 협약 해제 이후 사업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비용(550억 원)의 처리를 명시한 제44조에서는 각 기관의 귀책 사유와 관계없이 군이 온전히 금융비용 변상 책임을 떠안게 돼 있다. 군은 해당 조항에 따라 협약 해제 이후 12개월 내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대출 원리금을 대주단에 배상해야 한다.

현재 군이 대체 사업자를 찾게 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대체 사업자는 대출 약정을 이어가기 위해 ‘재약정’ 또는 ‘대출원리금 상환’이라는 큰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도내 다른 지자체 공무원(4급) B 씨는 “통상 지자체가 시행사와 실시협약을 할 때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면 PF 승인을 위해 군이 혈세를 들여 리스크를 보장하는 형식인데, 부실한 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사의 협약 이행 여부 감시 장치도 부실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군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지 않고 단독으로 모브호텔앤리조트를 시행사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군이 공동 사업자로 참여하면 모든 진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이런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또 시행사에 사업을 전적으로 맡기면서도 실시협약서에 시행사가 주기적으로 군에 업무 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지 않는 등 견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게다가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리·감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군은 PF 대출금이 2021년 12월 9일 최초 인출된 시점부터 올해 3월 시행사가 사업비 150억 원 증액을 요구해 대출 타당성을 검토하기 이전까지 1년 3개월여간 과도한 비용 지출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 기간 터파기 공사 단계로 공정이 6%에 머물렀지만 부대 비용으로 무려 250억 원이 대출됐다.

합천군은 지난 2일 경남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했다. 앞서 군은 지난달 31일 시행사 대표 등 5명을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군과 시행사가 실시협약을 맺은 시기는 2021년 9월로 문준희 전 군수 때이다.

지역 정치권은 일단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합천군의회 조삼술(국민의힘) 의장은 “감사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행정사무감사 등 대응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국제신문과 통화에서 “공무원 잘못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며 “군민 피해를 줄이도록 잘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은 내년까지 용주면 영상테마파크 내 1607㎡ 부지에 전체면적 7336㎡, 지상 5층 200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착공했지만 현재 공사가 중단됐다. 군이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호텔 운영권을 갖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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