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 1위’ 자랑해온
- 市 여성고용 창출 신사업
- 고객 폭언·통제에 시달려
- 75% 간접고용·비정규직
- 전국평균보다 낮은 임금
부산시는 2007년부터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콘택트센터(콜센터)를 유치해 왔다. 올해 부산은 상담사 2만 명이 넘게 일하는 비수도권 1위 콜센터 도시다. 반면 감정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간 부산의 한 콜센터에 취업해 일한 29세 청년운동가 김명신 씨는 “부산시가 그럴듯한 숫자를 앞세워 청년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홍보할 때마다 기가 찬다. 매일 닭장 같은 칸막이 책상에 앉아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일하는 ‘전화 지옥’이 콜센터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김 씨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담배를 많이 핀다. 고객의 폭언에도 숨소리조차 낼 수 없으니 담배가 유일한 숨구멍”이라고 덧붙였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는 156개 사업장에 2만905명이다. 2020년 비수도권 최초로 상담사 2만 명을 넘어섰다. 125개 사업장에서 9810명이 근무하는 2위 대전과도 차이가 크다. 국제신문이 최근 입수한 부산노동권익센터의 ‘콜센터 노동자 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의 87.3%가 여성이다. 연령별로는 70% 이상이 2030세대다. 전문대졸 이상이 69.1%(고졸 30.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합하면 여성 청년의 주요한 일자리 중 하나가 콜센터인 셈이다.
앞서 부산시는 2007년 ‘소리 없는 산업’ ‘무공해 산업’이란 별칭을 콜센터에 붙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쪼그라드는 제조업을 대신할 신산업으로 주목했다. 이런 정책 기조는 16년 동안 이어졌다. 값싼 임대료와 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워 비어가는 도심 사무실을 콜센터로 채웠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규모 콜센터인 유베스트(1000석)를 유치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500석·2021년)과 홈쇼핑 컨택센터(2020년)도 유치했다. 또 기업 및 투자 유치 촉진 조례와 시행규칙을 개정해 콜센터를 주력산업 중 하나로 정해 특별지원 근거도 만들었다.
그러나 콜센터 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75% 이상이 위탁업체 소속 고용이거나 비정규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했다. 콜센터 노동자의 전화 응대시간은 1인당 하루 평균 330분으로 2008년 한국비정규직센터 조사(193.6분) 때보다 1.6배 늘었다. 전화 10통 중 1통은 폭언과 욕설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평균 임금은 218만 원으로 전국 콜센터 노동자 평균 235만 원보다 17만 원 낮아 최저임금(201만 원)을 간신히 넘었다.
김 씨는 “‘청년 일자리’는 늘었을 지 몰라도 양질의 일자리는 결코 아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 변비를 달고 사는 게 내가 경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