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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7> 노르드인과 노르만족 : 바이킹 이민자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6-05 19:27:1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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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의 1970년 작 ‘Immigrant song’은 울부짖는 괴성에 이어 이런 노랫말로 시작한다. “We come from the land of the ice and snow.” 우리는 얼음과 눈의 땅에서 왔단다. 어디일까? 바로 북유럽이다. 노르딕 국가들이 있는 곳이다. 섬나라 아이슬란드와 덴마크령인 그린랜드를 포함하지만 주로 스칸디나비아반도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있는 곳이다. 지금은 서유럽 북쪽 끝 윌란반도에 쪼그라져 있지만 한때 덴마크가 지배하던 땅이다. 북쪽(North)에 살던 노르드(Nord)인들은 악마처럼 유럽 곳곳을 노략하며 약탈했다. 유럽인들은 이들을 바이킹이라 불렀다. 이들 중 약탈지에 아예 정착한 이민자들이 노르만(Norman)족이다. 이들을 드높게 찬양하는 곡이 이민(移民)의 노래인 ‘Immigrant song’이다.

노르드인이었던 노르만족을 찬양하는 영국 밴드.
이 노래의 주인공인 노르드인-바이킹족-노르만족은 8~11세기 때 가장 드넓게 활개 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콜럼버스보다 400여년 먼저 AD 1000년 무렵에 앞뒤 구분 없는 가볍고 기다란 바이킹선을 타고 대서양 건너 북미 대륙에도 갔었다. 강을 따라 러시아 대륙은 물론 이탈리아까지 원정 갔었다. 배로 못 가면 배를 들고 다녔다. 고상한 기사도 정신과 숭고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중세 유럽인들은 야만적 폭력적이며 물불 가리지 않는 이들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계 최강의 피지컬을 지닌 이들 오리지널 10세기 바이킹족이 12세기 몽골족과 한 판 붙었다면? 배 타는 최강 종족과 말 타는 최강 종족의 싸움이 팽팽했겠다.

그런데 바이킹족은 몽골족과 달랐다. 몽골족이 정복지에서 여러 칸국(汗國)들을 세우고 끝내 송나라를 무너뜨리고 원나라를 세웠다면, 노르드인인 바이킹족은 정착지 왕의 신하인 공작이 되어 공국(公國)을 다스렸다. 이탈리아 남부에 시칠리아왕국을 세우기도 했다. 노르드인들은 러시아 대륙으로 들어가 키에프루스공국을 세우며 동로마까지 진출했다. 또한 프랑스 북부에 정착해 노르망디공국도 세웠다. 이곳의 윌리엄(William I, 1028~1087) 공작은 1066년 영국으로 쳐들어가 왕이 되었다. 이후 영국 왕조에 노르만의 피는 깊게 스며들며 길게 이어졌다. 현재 영국 왕위 계승자 1순위 왕세자 이름이 윌리엄인 점도 1000년 동안 이어진 노르만의 진한 피 때문인 듯하다.

노르만족이 몽골족과 달랐던 가장 큰 차이점은 문화력이었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족은 고려 때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80년 가까이 지배했지만 몽골의 문화가 끼친 흔적은 미미하다. 그런데 군인-상인-장인이었던 노르만족은 정착지 문화에 동화되면서도 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북유럽 디자인, 북유럽 신화, 오딘, 퀼트, 뷔페, 마블 캐릭터, Tuesday-Wednesday-Thursday-Friday, 팅(Thing), 블루투스, 바이킹 놀이기구 등은 노르드인과 관련 있다. 영국인 파이(Michael Pye)는 북유럽사가 아닌 ‘북유럽 세계사’ 책에서 현대 세계의 모든 것이 북유럽에서 출발했다고까지 했다. 지존의 영국 밴드인 레드 제플린이 ‘Immigrant song’을 부르짖듯 포효하며 부른 것도 자신들이 노르드인-노르만족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곡처럼 들린다. 이들의 음악적 기량에도 바이킹의 끼가 느껴진다. 한번 들어보면 그 느낌 금방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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