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생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아동이 200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 살해 사건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료기관의 아동 출생 정보 신고를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가 탄력(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1·3면 보도)을 받고 있다. 특히 출산과 임신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병원 밖 출산’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호출산제 도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보건복지부·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법안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23일 전담 TF를 꾸려 법안이 조속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의 부모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신고 의무를 부과해 출생신고의 누락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먼제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병원에서 태어날 경우 병원 등록 시스템을 통해 바로 의료보장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캐나다는 부모와 의사 모두에게 출생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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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출신신고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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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출산통보제 도입 시 출산과 임신 사실을 밝히기 꺼려하는 산모에게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국내의 병원 밖 출산 사례는 전체 출산 중 1% 정도, 연간 100∼200건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는 출생 직후 필수 예방접종을 위한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자동 부여돼 추후 출생 사실이 조회되지만, 병원 밖에서 출산한 뒤 부모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이런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산모 외에는 누구도 아기의 출생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모가 자녀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20대 A씨가 경기 오산시 자택 화장실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해 방치하다가 20여 분 뒤 숨지자 주변 의류수거함에 유기해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남편에게 혼외자 임신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같은 해 1월 서울 관악구에서는 20대 부모가 아기를 출산한 직후 살해한 뒤 사체를 가방에 담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은닉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법제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기관 출산을 거부하는 이들은 여전히 찾아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와 출산통보제를 병행 추진하는 방향이 맞다면서도, 익명으로 출산하고자 하는 산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보호 및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그동안 영아 및 아동 대상 범죄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을 논하는 데 매몰돼 정작 대안을 찾는 데 소홀했다”며 “지금이라도 위기 상황에 놓인 산모가 출산 시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신뢰를 갖고 의료기관을 찾게 하고, 아기에 대해선 자동으로 입양이나 보호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패키지성’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