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교육 현장에서] 사람이 온다

  • 변지운 교리초 교사
  •  |   입력 : 2023-06-26 19:11:1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라는 작품으로 ‘추앙’ 열풍이 불었다. 극중에서 미정은 구씨에게 대뜸 추앙한다고 말한다. 그 마음의 결이 사랑인지 설렘인지 혹은 책임인지 어쩌면 연민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중인지도 모르는, 이름조차 모를 ‘구’를 미정은 추앙한다.

추앙. 그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검색 창에 단어를 기입하며 내가 감히 다른 사람에게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의 주변과 오늘의 키워드를 덧대보며 평소 온전하게 사랑과 믿음을, 또 어떤 류의 존경을 보내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긴 시간 운전대를 잡아 바다를 세 번 건넜다. 갈맷길을 따라 광안대교를 넘었고 남항대교를 타고 송도바다에 닿았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내가 바다의 도시를 횡단한다는 건 결심이 필요했다. 그렇게 첫 아이들을 만났다. 너희가 벌써 스무 살이라니. 예쁜 조약돌처럼 잘 자라주어 고마웠다. 이렇게 맨들맨들 윤이 나기까지 엄마 수녀님들께서 얼마나 고되셨을까, 너는 또 얼마나 서성였을까 헤아려본다.

너희 곁에 어떤 형태로 남아 머무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선생님이 말했지. 좋을 때는 오지 마. 좋은 사람들과 많이 웃고 행복하게 지내. 그렇게 살다가 힘들 때, 그때 와. 다 제대로 안될 때, 급하게 기차를 타야 할 때, 중요한 인사를 해야 할 때, 아픈 아이 봐줄 사람이 없을 때,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 잠깐 들러서 이야기하고 쉬다 가. 반찬도 꼭 얻어가고.』

오늘 너희를 품에 안고서야 나는 이 추앙이 어쩌면 오래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쏟아지는 하늘 아래 바다 위를 가르며 달려가는 시간처럼. 너의 항해에 때로는 선선한 바람이 함께 하기를, 네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그 바람이 훨훨 불어주길 바라본다.

다시 찾아온 비가 얼어붙은 계절을 녹인다. 이 비를 맞으며 피어날 싹들과 겨울을 견뎌낸 것들에 대해 모종의 경외감을 보내며 어김없이 새 학기를 맞이한다. 하얀 봉투에 들어있는 학급 명단을 뽑으면서 올해는 어떤 이름이 나에게 올까 생각한다.

작은 얼굴보다 먼저 도착한 그들의 이름과 비고란에 적힌 한 줄 주석을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할아버지께서 바른 글씨로 통신문을 써 주시는 아이, 우리말이 서툰 어머니와 그의 아이, 손이 벌겋게 될 때까지 손을 씻는 아이, 그리고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 그 작은 목소리까지 천천히 추앙할 수 있길.

어떤 확률을 뚫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내게 오는 것은 작지만 커다란, 하나의 우주였다. 그렇게 한 아이가 온다. 사람이 온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3. 3[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4. 4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5. 5FBI, 바이낸스 가상화폐 8.4조원 털이범으로 북한 지목
  6. 6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7. 7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8. 8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9. 9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10. 10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3. 3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4. 4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5. 5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0. 10[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6. 6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7. 7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9. 9‘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10. 10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4. 4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7. 7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8. 8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9. 9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10. 10[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