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본 두 영화가 기억 난다. 아마도 을지로에 있던 국도극장이거나 명보극장에서 본 ‘엘 시드’, 그리고 신설동에 있던 노벨극장에서 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런 영화를 보았을까?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가 신나게 싸우는 거나 보았겠다. 그런데 두 영화의 공통점은? 스페인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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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에스파냐=히스패니아 국기 속 국장 |
스페인(Spain)은 영어이며 정식명칭은 에스파냐(Espana)다. 로마제국 땐 히스패니아(Hispania)로 불렸다. 세 이름에 토끼를 뜻했다는 span이 있다. 토끼들이 많이 살던 땅이었나? 살기 좋아 수만 년 전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었다. 여기서 구석기 시대 그림이 발견되었으니 알타미라 동굴벽화다. 신석기 시대엔 아프리카로부터 이베르족이 올라와 에브로강 옆에 살았다. 에브로(Ebro)강의 어원은 이베르(Iber)족일 듯하다. 이베리아(Iberia)반도라는 명칭도….
이베리아반도로 대략 BC 1000~500년 무렵 갈리아족과 그리스인이 들어왔다. 페니키아인도 지중해 동쪽 끝에서 들어왔다. 이베리아반도는 로마와 전쟁할 때 카르타고군의 전진기지였다. 3차에 걸친 전쟁에서 카르타고가 모두 졌다. 이후 BC 146년부터 로마인이 들어왔다. 476년 서로마제국 멸망 후 서고트족이 들어왔다. 711년부터 무슬림들이 들어와 북쪽 일부를 제외하곤 반도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 ‘엘 시드’는 이때 이야기다. 이베리아인들은 카스티아 레온 아라곤 나바라 포르투갈 등의 왕국으로 나뉘면서도 모두 국토재탈환(Re-conquista)에 나섰다. 1492년에 이교도들을 모두 몰아냈다. 스페인 통일왕국의 기원인 그해 이사벨 여왕의 후원 아래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에 닿았다. 스패니시들은 중남미 및 필리핀을 지배하며 해가 지지 않는 스페인 대제국을 세웠다. 1571년 전성기 때엔 오스만투르크와의 레판토해전에서 이겨 지중해 패권을 장악했다. 스페인 무적함대는 1588년 영국과의 칼레해전에서 졌다. 끝내 1648년 30년 전쟁에서 지면서 국력은 추락했다.
1898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져서 식민지를 다 잃었다. 1914년 1차대전에 참가하지 않은 까닭에 스페인 독감이란 오명을 뒤집어써도 떼죽음은 면했다. 공산주의 물결로 좌파가 집권했다. 이에 반발해 1936년 우파 프랑코 장군이 내전을 일으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이때 이야기다. 1939년 우파가 이겼다. 1939년 발발한 2차대전에 용케도 참여하지 않아 스페인 땅은 피로 물들여지지 않았다.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후 스페인은 왕국이 되었다.
스페인 국기 속 국장에 네 왕국 문장이 각각 있다. 800여 년 만에 이슬람교도들을 몰아낸 대업에 대한 자부심이다. 세상 끝 지브롤터 해협을 뜻하는 헤라클레스 두 기둥에 글자가 적혀 있다. 스페인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카를 5세의 좌우명 PLVS VLTRA다. Plus Ultra(더욱 넘어서)다. 16세기 약 100년(1492~1588)간 최전성기를 회상하는 구호 같다. 그런데! 17세기 이후 스페인엔 벨라스케즈 고야 가우디 피카소 달리를 빼면 알만 한 유명인이 별로 없다. 사상가 음악가 과학자는 더욱 그렇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정열과 낭만의 나라라 그렇다면 좋게 이해할 수 있다. 즐겁게 살면 된다. 쇠락한 기사 돈키호테처럼 과도한 의욕 내지 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