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빗물은 예사, 지붕 무너질까 걱정…석면 위험 알아도 돈 없어 못 고쳐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8> 열악한 주거환경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3-07-11 18:53:42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보기에도 아찔한 급경사 계단에
- 안방 쪼개 만든 간이 화장실까지
- 상당수 집 슬레이트 지붕 그대로
- 노인 거주자들 건강·생명 위협

“비만 좀 온다 하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는데, 지붕 내려앉을까 봐 그게 걱정이다. 곰팡이나 습기 같은 한가한 소리 하지 말거래이.”
물만골 주민인 정기선 어르신이 옥상에 내걸린 빨래를 걷으려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정 어르신은 물만골에서 거주한 지 50년이 넘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국제신문 취재진은 물만골에서 생활한 지 50여 일이 지나 장마가 계속되던 지난주 마을 초입에 있는 정기선(85) 어르신의 집을 방문했다. 여느 소형 단독 주택과 비슷한 공간 구성이었지만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부엌에는 큰 대야가 놓여 있었다. 습기가 많은 물만골에 빗물까지 떨어지니 집안은 눅눅했고, 곳곳에 곰팡이 자국이 선명했다.

벽면까지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건축물. 이원준 기자
마을에서 가장 오래 거주한 주민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 어르신의 집은 황령산로와 딱 붙어 있다. 이곳은 보행로는커녕 문을 여는 순간 자동차와 부딪힐 정도로 도로와 맞닿았다. 정 어르신는 옥상에서 빨래를 말린다. 하지만 옥상으로 향하는 길은 80대 중반의 어르신는 물론 취재진에게도 위험천만한 좁은 급경사의 계단이었고, 옥상은 난간 하나 없이 말 그대로 지붕 위 공간에 빨랫줄을 걸어둔 게 전부였다. 정 어르신는 “우리 영감이 이 집을 얼마나 잘 지었는지 50년이 넘었는데도 튼튼했는데, 빗물이 새는 거는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만골은 연제구 연산동과 수영구 남천동을 잇는 황령산로를 따라 윗마을과 중간마을, 아랫마을로 주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중간마을과 윗마을에는 깔끔하게 외관이 단장된 일부 건축물이 있다. 마을 입구의 아랫마을과 황령산을 등지고 왼편으로 황령산로에서 거리가 먼 산기슭에 있는 집은 지어진 지 오래여서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문제는 물만골의 주거환경이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실제 마을 곳곳에는 화장실이나 창고 지붕에 석면이 검출되는 슬레이트가 그대로 있었고, 심지어 벽면까지 통째로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공간도 있다.

이동춘 어르신이 천장이 낮은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윗마을에 있는 이동춘(74) 어르신의 집은 열악한 물만골의 주거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곳은 정 어르신의 주거지보다 더욱 열악했다. 방 1칸이 이 어르신 내외가 거주하는 곳으로, 방 1칸에 창고와 주방이 있는 단일 건축물이었다. 이 어르신은 안방 공간을 쪼개 양변기가 있는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지만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혀야 될 만큼 천장이 낮은 주방은 손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어르신의 집은 지붕과 벽면에는 석면이 배출되는 슬레이트를 패널이 감싼 구조였다.

이 어르신은 “슬레이트에서 석면이 나와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거 우리도 잘 안다. 몰라서 슬레이트 놔두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철거하고 개량하는 비용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물만골에는 이 어르신의 집처럼 상당수의 건축물은 석면이 검출되는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지 않은 채 그 위에 패널을 입혀 덧대어 사용하는 실정이다. 물만골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이 석면노출 우려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곳(국제신문 지난 5월 17일 자 1·3면 보도)이기도 하다.

부산시의회 김형철(연제2) 의원은 “무허가 건축물의 특성상 정비가 쉽지 않지만 석면에 생명이 위협받는 주민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부산시와 연제구가 물만골 주민에게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주거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8. 8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9. 9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10. 10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4. 4‘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0. 10“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