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소녀 노예’로 3년 감금생활 “풀 뜯어 먹다 죽는 아이 있었다”

영화숙 여성 피해자 진순애 씨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시 집단수용시설 피해 신고
- “부산진역서 영문 모른 채 납치돼
- 5평 남짓 방에 15~20명씩 ‘칼잠’
- 강냉이죽 먹으며 매일 강제노역
- 그 아이들 만나 칼국수 사주고파”

“부산에 올 때마다 부산진시장이나 중앙시장을 찾아가요. ‘혹시라도 영화숙에서 지낸 옛 아이들을 볼 수 있을까, 난 한 눈에 알 것 같은데’ 싶어 한 바퀴 돌아보는 거죠. 배가 고파 풀이란 풀은 다 뜯어 먹던 그때를 생각하면… 따뜻한 칼국수라도 한 그릇 사주고 싶습니다.”

1960년대 11살 무렵에 부산 영화숙에 붙잡혀 3년여 동안 수용됐던 진순애 씨. 현재는 경기도에 살고 있다. 정지윤 기자
진순애(67) 씨는 소녀의 몸으로 노예와 같은 삶을 감내해야 했다.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아 시설 ‘영화숙’에 붙잡힌 그는 ‘어린이’도 ‘인간’도 아닌 그 이하의 존재로 3년을 살아냈다. 혹독한 훈련, 날아드는 폭력, 부실하기 짝이 없는 끼니는 그의 삶을 고통으로 채웠다. 진 씨는 지난 4월 부산시가 지역 내 집단수용시설 피해사실을 접수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신고를 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일한 여성 피해자다.

1956년 경주 출생인 진 씨는 열한 살 겨울 즈음 부모님을 떠나 부산으로 왔다. 부모님, 동생들과 밥 굶을 일 없던 평범한 집 딸이었지만 ‘아가씨 장사’로 생계를 꾸리는 부모가 싫어 홀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이다. 부산진역에서 진 씨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방황했다. 연고 없는 부산엔 신세 질 곳이 없었지만 영화숙에 ‘납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뭔가 덥썩 잡더니 냅다 차에 실었다. 검은 옷의 남자 3명이었다. 차에는 먼저 붙잡힌 또래들이 몇 명 있었다”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간 곳에선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게 시켰다. 부모님에게 연락할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찾는 일은 없었다. 진 씨는 “어린 마음에 엄마가 나를 안 찾는구나 원망했지만, 실제 연락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고 했다.

진 씨는 여성소대에서 3년 이상 살았다. “5평 남짓한 방 한 칸에 15명, 20명씩 몰려 있었어요. 방이 좁으니 내 머리와 옆 사람 다리가 한 방향으로 눕는 ‘칼잠’을 자야 했는데, 그마저도 좁아서 서로 딱 붙다시피 했어요. 벽돌 방이니 겨울에는 엄청 춥죠. 그런 방이 소대에 7, 8개 있었어요.” 소대장 등 관리자는 여성소대원과 부적절한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행동은 10대 초반 여자 아이들로 가득한 방 안에서도 자행됐다.

아침마다 벌어지는 제식훈련과 구보도 피할 수 없었다. 작은 발동작이라도 틀리면 어김없이 손찌검이 기다렸다. 구보를 마친 뒤엔 근처 웅덩이에 세숫대야를 놓고 여러 명이 한 번에 씻는데, 물이 더럽다 보니 옴 같은 피부병에 자주 걸렸다고 한다. 영화숙이 자리한 서구 장림동(현 사하구 신평동) 일대는 과거 바닷물이 차 오르는 습지이면서 부산시의 폐기물 매립장이 있었다. 밭일과 같은 강제노역도 매일같이 이어졌다. 끼니라곤 건더기 없는 된장국이나 강냉이죽 정도가 전부였다. “노예나 다름 없었다. 배가 고파 근처 풀이란 풀은 다 뜯어 먹었다. 또래 한 명은 풀을 잘못 뜯어 먹고 채독에 걸려 죽었다. 사람이 죽으면 뒷산에 가서 묻어버렸다”고 진 씨는 말했다.

진 씨는 고참이 되고서야 탈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거리를 떠돌아야 했던 그는 강인한 생활력을 발휘한 끝에 자수성가했지만, 결국 부모님과는 살아생전 재회하지 못 했다. 진 씨는 “과거 내가 겪은 고통이 그 시절을 산 또래 친구들을 위한 진상규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7. 7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8. 8“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6. 6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지역 기업과 1대 1 매칭…50+부산포털도 가동
다시 피어나는 신중년
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