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내 책 읽는 것 등도 도움
사과의 뜻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먹는 거예요’, ‘맛있어요’, ‘빨간색이예요’ 등으로 답한다면 단어지식이 유치원 시기 아이의 수준일 것이다. 개인적 경험이나 색깔, 모양 같은 지각적 특성으로 정의하는 것이 학령전 아이들의 특징이라면, 학령기에 이르면 ‘가을에 과수원에서 수확하는 과일이예요’, ‘비타민 c가 많아서 건강에 좋아요’처럼 단어가 속한 범주에 더해 상식 수준의 지식을 통해 설명하게 된다. 사전에 포함된 수준의 설명을 하려면 보다 상위의 지식, 요즈음 광고에서도 등장하는 메타지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언어의 기본 단위인 어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복잡하며, 그만큼 학습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고 중요하다.
‘활동, 분류, 부호, 상황, 연결, 조사...’ 등의 단어들은 일상 대화보다는 책이나 문서를 통해 흔히 경험할 수 있다. ‘물의 순환’이나 ‘지구의 자전’ 같은 교과지식을 학습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단어들인 것이다. ‘이용하면서’, ‘정리한 다음,’ ‘~를 해결하시오’ 등은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교과서에 등장한다.
책읽기를 많이 하고 어휘력이 풍부한 아이들도 한자가 포함된 이런 표현들을 처음 접할 때는 꽤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물며 한글 읽기조차 익숙하지 않고,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이런 낯선 단어들은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전체 교과 지식의 습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학교 공부를 힘들어하고, 선생님의 설명이 어렵다고 한다면 아이의 읽기 능력 향상에 치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학습을 위한 도구가 되는 어휘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보면 공부를 잘 하려면 어휘력이 관건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수많은 세상사 지식과 어휘들을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고 기억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듣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이다. 일상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대화에 집중하며 듣는 동안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스스로 표현의 실수들을 경험하여 자신만의 어휘집을 키워가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눈을 보며 관찰하고 기다려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들어준다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아이가 키운 듣기의 힘이 학업 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하는 모든 일상의 대화에서 부모는 아이가 듣기의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영유아 시기부터 부모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며 잠들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의 한 단락을 부모와 아이가 서로에게 읽어주는 방식을 추천한다. 익숙해지면 본인이 직접 쓴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스스로 다른 단어나 표현으로 수정해 보면서 표현이나 발음의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쓰기와 읽기, 말하기 능력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교육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