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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26> 아수르 아시리아 아시리스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8-07 18:55: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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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4대 문명 중 가장 파급력이 컸던 문명은? 황하문명은 중화문명의 바탕이 되었지만 동아시아에, 인더스문명은 힌두문명의 바탕이 되었지만 인도 땅에, 나일문명은 이집트문명의 바탕이 되었지만 아프리카 동북 끄트머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문명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각지로 퍼졌다. 4대 문명 중 전 인류에게 가강 파급력이 컸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아수르에서 태동한 아시리아 후예들이 펼친 아시리스탄 국기
일단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란 단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땅만을 뜻하지 않는다. 두 강의 하류 지역인 수메르에서 발원하여 퍼진 그 일대다. 소위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그 지역 주변으로도 범위를 넓힌다면? 서쪽으로 이집트, 동쪽으로 이란 서부, 남쪽으로 아라비아, 북쪽으로 아나톨리아까지 한 뭉텅이로 퉁쳐서 묶을 수 있는 지역이다. 그래도 세계지도에서 보면 한 구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서아시아, 유럽에서 보면 중동이라고 하는 곳이다. 동양도 서양도 아닌 중양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문자 농사 철기 바퀴 벽돌이 가장 먼저 쓰여졌단다. 배화교(拜火敎)인 조로아스터교부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원지다. 여기서 비롯된 물질문명 및 정신문명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이곳의 역사를 다룬 ‘인류 본사’라는 제목의 책이 있을 정도다.

인류사의 본토였던 이 지역은 자고로 바람 잘 날 없는 가장 요란한 땅이었다. 표현을 점잖케 요란(搖亂)이라 했을 뿐이지 실상은 죽고 죽이는 살육이 난무하는 살벌한 전쟁터였다. 고대 세계사에 등장하는 히타이트 페니키아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등이었다. 바람 속 먼지처럼 사라진 나라들 중 가장 살벌한 강압적 통치를 한 나라는? 아시리아였다. 아시리아라고 하면 소국처럼 들리지만 당시의 아시리아는 엄청난 대제국이었다.

아수르라는 지역에서 태동한 아시리아는 대략 BC 2500년부터 BC 609년까지 2000년 가까이 건재했었다. BC 911년부터의 신아시리아 때는 이집트까지 망라하는 중동 땅을 점령하며 인류사 최초의 대제국을 이루었다. 성경에서 아수르로 표기되는 아시리아에 대해 이사야는 저주를 퍼붓는다. 당시에 아시리아는 악의 축으로 여겨졌지만 최강국이었다. 하지만 무자비했다. 적국 수장들을 산채로 살가죽을 벗겨 기둥에 감거나 벽에 널며 시체를 말뚝에 꽂아 자랑하듯 전시했다. 공포감은 아시리아 지도자의 통치수단이었다. 19세기 후반 아시리아의 수도였던 니느베가 발굴되고 이때 나온 점토판 쐐기문자가 해독되었다. 기원전 사라진 아시리아가 역사가 되면서 그들의 잔혹성이 역사에 남았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도 그들 역사에 실렸다. 강폭했던 아시리아도 BC 609년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했다. 신바빌로니아는 페르시아에 의해,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에 의해, 마케도니아는 로마에 의해, 로마는 게르만에 의해 멸망했다. 멸망의 고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멸망한 아시리아는 명맥이 존재한다. 아시리아 후예임을 자처하는 400여만 명의 아시리아인들이 국기까지 만들며 국가를 염원한다. 성사된다면 아시리스탄이 어떨까? 과거의 아시리아와 달리 자비로운 나라로 탈바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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