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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된 우리집 또 물 차겠죠” 눈물로 짐 싸는 ‘태풍난민’

자성대아파트·영선아파트 등

부산 원도심 오래된 주거지

태풍·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

일부 안전진단 최하, 붕괴 우려

기초지자체들 태풍 북상 따라

주민 270여 명에 대피 권고

“건물 보강 어려워 차선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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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피난처지만, 적지 않은 부산 시민은 태풍이 강타하거나 집중호우가 내리면 집을 떠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태풍 난민’으로 주로 지은 지 오래돼 붕괴 위험이 있거나 침수 우려가 있는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다.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9일 오후 3시께 부산 동구 자성대아파트 1층 주민 31명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동천과 인접한 상습 침수 지역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1976년도에 건립된 총 4동 89세대 규모의 노후 건물이다. 아파트 주민은 2020년에 집중 호우,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지난달 집중 호우 때 집을 비워야 했다. 김모(여·64) 씨는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자체적으로 ‘재난 가방’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는 “2015년부터 이곳에 살았는데 침수만 다섯 번, 대피는 네 번째”며 “매번 집을 비우고 대피 숙소로 떠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 차수판이나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놓는데 (대피 후) 입주민이 다들 나이가 많아 돌아와서 치우기도 힘들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9일 영도구 영선아파트를 방문해 북상중인 제6호 태풍 ‘카눈’ 대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이날 부산지역 기초지자체는 카눈 북상에 대비해 재해 취약지에 거주하는 주민 270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권고 대상은 ▷남구 104명 ▷동구 64명 ▷금정구 55명 ▷중구 37명 ▷영도구 12명 ▷동래구 2명과 사하구 상가 40여 개 등이다. 이처럼 붕괴 또는 침수의 우려가 큰 곳에 사는 주민은 이번처럼 태풍이 오거나 집중 호우가 발생하면 집을 떠나야 한다.

비슷한 시각, 동구 삼보연립 인근 주민들도 호텔 등 구청에서 지정한 숙소로 떠날 준비를 했다. 삼보연립은 지난해 안전진단 결과 최하인 ‘E 등급’으로 붕괴가 우려돼 구가 입주민들을 모두 이사시켰다. 그러나 아직 건물 철거가 진행되지 않아 바로 아래쪽에 사는 주민 30명은 지난해부터 대피하고 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본 삼보연립은 깎아 지른 듯한 경사지 위에 지어져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삼보연립 아래에 거주하는 염모(59) 씨는 “구청에서 숙소를 제공해 대피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집이 가장 편하다”며 “매번 이렇게 태풍이 오거나 많은 비가 내리면 집을 떠나야 하는 불편함이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또 “삼보연립에 사람이 살지 않은 지 1년은 됐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철거가 안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이 세 번째 대피라는 이모(여·70대) 씨는 “대피 숙소인 호텔로 갈 예정이다”며 “비만 오면 사고가 날까 불안해 죽겠다. 하루빨리 철거됐으면 한다”고 했다.

영도구 영선아파트에 거주하는 6세대 10명도 급하게 집을 비웠다. 영선아파트는 1969년에 준공돼 5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다. 이곳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무너진 외벽이 아직 수리되지 않은 채 있었다. 2021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인 ‘E등급’을 받은 중구 청풍장과 소화장 아파트 역시 이날 37명의 주민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각각 1941년과 1944년에 준공된 두 건물의 입주민 32명은 지난달에도 집중 호우로 10일간 인근 숙박시설로 대피했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위험한 지역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대피를 시킨 것이다”며 “건축물의 보강 작업 등을 당장 실현할 순 없어 대피 명령을 통해 재난에 최대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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