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교육 현장에서] 젊은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

부산 교육 현장에서

  • 변지운 교리초 교사
  •  |   입력 : 2023-08-21 18:49:52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다시 잠시 동안,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당신에게 유익한 이야기는 거의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커다란 슬픔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지나감마저 고되고 괴로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 커다란 슬픔은 오히려 당신의 한가운데를 뚫고 간 것이 아닌가를. 당신의 내부에서 많은 것이 변화하지 않았는가를. 당신의 본질 어딘가에서 변화하지 않았는가를.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친애하는 선생님께

이 편지가 좀 더 빨리 닿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당신의 까만 눈이 보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온종일 이렇게 앉아, 그 눈만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씨 고운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그저 눌러 담다가, 어느 임계에 닿아, 속으로 불러오던 말들이 서로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야 말 듯합니다.

잔잔히 떠 있는 초승달처럼 숨어지지 않는 낮 하늘에도 숲을 뚫고, 나무를 거쳐, 잎에 닿아, 바람을 타고 당신은 뜨고야 맙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당신이 머물던 곳을 서성였습니다. 그러다 얼떨결에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하얀 꽃의 줄기 끝을 1-2cm 정도 자르고, 시든 잎을 떼서 물에 담가두면 내일 또 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옆에서 희끄무레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런 것을 몰라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고는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아, 오늘의 슬픔을 자르고 내일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한데 모였습니다. 분명 해가 없을 때 길을 나섰지만, 달리는 버스 위로 점차 세상이 환하게 밝아올 것을 믿습니다. 흐린 기운을 느끼며 어렴풋이 비와 함께일 거라 여겼고, 우린 서로의 비옷과 우산을 살폈습니다.

내리는 빗물은 차가웠고 눈물은 뜨거웠습니다. 이는 마구 뒤섞여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는 저마다 따듯하게 치미는 무언가를 안고 있었을 겁니다.

무엇이 첫마디인지 모를 시간처럼 나아갑니다. 그렇게 뙤약볕을 견뎌 굳건한 작은 점이 되려 합니다.

우리 중에는 목소리를 모으는 점도 있고, 노래하는 점도 있고, 시간을 기록하는 점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작은 점들이 모여서 곧 검은 물결을 이루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물결이 닿는 세상은 그저, 누구나,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곳이길 빕니다. 그토록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처럼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8. 8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5. 5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6. 6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7. 7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0. 10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