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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28> 아랍과 희랍 ; 변방의 역사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8-28 19:27: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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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단순 정연한 질서의 코스모스라기보다 복잡다단한 혼돈의 카오스다. 카오스의 복잡함을 설명하는 복잡계 이론에 의하면 중대한 사건은 혼돈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인 가장자리(edge of chaos)에서 주로 일어난다. 역사적으로 변방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은 아주 많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사건의 첫 번째를 꼽자면 바로 이슬람교의 탄생이다.
서양권 변방 희랍처럼 중동권 변방 아랍의 메카에서 퍼진 이슬람.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는 중동 땅에서 별 볼 일 없던 변방이었다. 수메르 문명이 일어난 두 강 사이 메소포타미아가 중동의 중심이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진 외곽이었다. 아시리아 때도 바빌로니아 때도 페르시아 때도 마케도니아 때도 로마 때도 메카는 후진 촌동네였다. 인류문명 탄생 이래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변방에 불과했다. 그런데! 거기서 이슬람교가 탄생했다. 아브라함, 즉 이브라힘의 첩 하갈이 낳은 이스마엘의 후예인 마호메트, 즉 무함마드(Muhammad 570~632)는 15살 연상의 돈 많은 아내를 둔 영민한 무역 상인이었다. 그는 메카 근교 히라산 동굴에서 명상하다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 이슬람교의 첫 숨결이었다. 이후 무함마드의 설교를 받아들인 무슬림들은 무함마드의 말씀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Quran)이다. 여러 신들을 믿던 다신교 사회 메카에서 알라 이외엔 신이 없다는 절대 유일신 신앙을 창시한 것이다. 무함마드는 메카의 유지들로부터 탄압과 핍박을 받는다. 그리하여 무함마드는 추종자들과 함께 메카 북쪽으로 350km 떨어진 메디나로 피난 간다. 622년 때다. 바로 무슬림들이 처음 결집한 이슬람교의 원력(元曆)이다.

무함마드는 이슬람교를 창시한 성자이자 무력을 갖춘 무장이었다. 한 손엔 코란, 한 손엔 칼을 들고 자신의 고향인 메카로 돌아와 메카를 점령했다. 이후 메카 사람들은 다 무슬림이 되었다. 무함마드 사후 그를 계승한 칼리프들과 여러 이슬람 왕조들의 술탄들은 이슬람교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아라비아반도 및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지배함은 물론 동쪽으로는 페르시아와 중앙 아시아 너머 인도를 차지했다. 인도차이나반도와 인도네시아까지 이슬람권은 넓어졌다. 서쪽으로는 이집트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전역을 지배했다. 한때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 및 포르투갈까지 뻗어갔다. 끝내 동로마였던 비잔티움제국의 콘스탄티노플마저 함락시켰다. 거대한 이슬람 제국을 이루었다. 현재 수니파든 시아파든 전 세계 국가들 약 1/4이 이슬람국이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4이 무슬림이다. 그들은 애를 많이 낳아 그 비율이 더 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슬람교의 태동지 메카가 위치한 아라비아의 줄임말이 아랍(Arab)이다. 삭막한 사막 땅인 아랍이라는 변방에서 엄청난 종교가 태어난 것이다. 서양문명의 기반도 서양권의 변방인 희랍이라는 척박한 산악 땅에서 태어났었다. 희랍(希臘)은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문명인 헬라(Hellas)를 한자로 음차한 말이다. 또 앞으로 전 세계 어느 촌구석에서 역사(歷史)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역사(役事)가 일어날까?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 다만 중심(center)이 아니라 중심 밖 가장자리인 변방(edge)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대충 전망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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