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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개조한 ‘미식 마켓’…먹고 즐기려 전 세계인 몰린다

밴쿠버에서 만난 영도의 미래 <1>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3-09-03 19:21:5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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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 리모델링 상점 수백개 입점
- 현지 생산 식료품 많아 더 열광
- 같은 종류 가게 두 곳 이상 없어

- 야외공간선 버스킹·그림전시 등
- 자연경관에 예술 더해 즐길거리
- 여유와 자유분방함 공존 명소로

캐나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다운타운의 길목 그랜빌 스트리트 다리 아래 16만 ㎡ 남짓의 공간이다. 얼핏 ‘섬’으로 보이지만 육지와 연결된 반도다. 북미 서부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밴쿠버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 이상은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사진 촬영 지점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하루 내내 먹고 놀아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먹거리가 풍성하다. 때마침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휴일인 시빅 데이(Civic Holiday) 연휴라서 그랜빌 아일랜드가 한층 들썩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한 방문객과 자동차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주차공간도 미어터졌다. 오전 11시 이전과 오후 6시 이후 주차는 무료였다. 평일에는 시간당 캐나다 달러로 3달러(주말과 휴일은 4달러)라 다소 비싼 편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에서 방문객들이 형형색색의 과일을 구경하고 있다.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퍼블릭 마켓은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을 불러 모으는 그랜빌 아일랜드의 핵심 시설이다. 송진영 기자
■그랜빌 아일랜드의 상징

그랜빌 아일랜드의 상징적 공간은 각종 과일·채소와 수산물을 파는 수백 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는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이다. 버려진 조선소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소형 기중기를 여전히 천장에 매달고 영업하는 가게도 보였다. 계류장이나 항만 주위로 빈 창고가 여전히 많은 영도가 연상됐다.

밴쿠버는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의 도시’로 불린다. 그 중심에 그랜빌 아일랜드가 있다. 퍼블릭 마켓에는 식료품 종류가 워낙 많아 ‘먹지 않더라도 눈으로 배가 부르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였다. 그랜빌 아일랜드 방문객들의 사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형형색색의 윤기가 있는 과일과 채소는 부러울 만큼 예뻤다.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그림 같이 나올 법한 광경이었다. 방문객들이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퍼블릭 마켓을 들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현지 상인들에 따르면 퍼블릭 마켓에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팔 수 있는 가게는 두 곳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식품 공급사만 50개 이상이다.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그랜빌 아일랜드의 목표를 엿볼 수 있었다.

밴쿠버 현지에서 생산된 식료품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 ‘Granville Island Produce’라는 표지판을 건 상점도 보였다. 지역 농장과의 협업해 신선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뜻이다.

퍼블릭 마켓에서 유일하게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The Nut Merchant’이라는 가게에선 직접 조리한 견과류를 판다. 밴쿠버에서 12년째 거주 중이라는 가게 대표 A 씨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첫 여름 휴가철을 맞아 그랜빌 아일랜드를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 이곳이 유명 관광지가 된 이유는 부담스럽지 않은 즉석 식료품을 먹으면서 밴쿠버 특유의 감성을 담은 유니크(Unique)한 분위기를 사진에 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유와 낭만의 공간

그랜빌 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에서 한인 교포가 유일하게 운영하는 상점인 ‘The Nut Merchant’. 밴쿠버=송진영 기자
퍼블릭 마켓 주변을 둘러싼 야외 공간은 구입한 음식을 먹는 방문객들도 종일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방문객들이 구입한 음식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햄버거와 피자 도넛 베이글 빵 등 간단한 요깃거리가 전부였다. 수변 공간에서는 밴쿠버 방문 대표인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이 저마다 퍼블릭 마켓에서 구입한 음식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원주민 복장의 한 예술인 버스킹을 보면서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버스킹 공연은 프로그램처럼 예술인을 바꿔가면서 계속됐다. 연중 내내 버스킹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랜빌 아일랜드의 매력이었다. 토착 원주민이 운영하는 야외 갤러리도 눈길을 끌었다.

밴쿠버에서 유학 중인 20대의 독일인여성은 “밴쿠버에서는 ‘오늘은 뭐 먹고 뭐 하면서 놀까’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종일 먹고 놀고 즐길 수 있고 예술과 그림 같은 경관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들르지 않고서는 밴쿠버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 여유와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멋진 곳”이라고 극찬했다.

이곳은 어린이들에게도 친화적인 공간이 많다. 그랜빌 아일랜드 초입의 키즈마켓·놀이터와 아쿠아시설은 자녀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한쪽에서는 캐나다 특유의 정원 문화를 보여주는 야외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노 키즈 존’이 등장한 한국과는 달리 그랜빌 아일랜드는 어린이 시설 운영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밴쿠버 인근 도시인 써리(Surrey)에서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애쉴리 스미스 씨는 “그랜빌 아일랜드의 음식 값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오히려 마트보다 비싸고 양도 적다”면서도 “하지만 불만은 없다. 멋진 공간에서 사진도 찍고 공연도 보고 휴식하는 게 값에 반영돼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어렸을 때는 물놀이하러 무척 자주 왔었는데, 이제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공방 거리를 거니는 것을 좋아해 자주 방문한다. 목적 없이 돌아다녀도 전혀 무료하지 않은 이런 곳이 있다는 건 밴쿠버 사람들에게 행운”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밴쿠버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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