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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29> 두바이와 뭄바이 ; 내가 본 두바이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9-04 18:39:3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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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린다면? 매사 뭐든지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 이슬람>아랍>중동도 그 개념을 확실히 잡으면 구분이 또렷해진다. ①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국은 50여개국이다. ②민족적 개념에서 출발했던 아랍은 이제 언어적 개념이다. 이슬람교가 퍼지면서 이슬람교 경전 코란에 쓰인 아랍어도 같이 퍼졌다. 현재 아랍어를 쓰는 아랍국은 공식적으로 22개국이다. 아프리카의 수단 모로코 소말리아 등은 중동에 있지 않지만 아랍어를 쓰기에 아랍국이다. ③중동은 지역적 개념이다. 중동의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동국은 대략 17개국이다. 이스라엘 튀르키예 이란은 중동에 있지만 아랍어를 쓰지 않으므로 아랍국이 아니다.

마치 뭄바이에 온 것처럼 인도계 남자들이 많은 두바이.
이슬람교를 믿고 아랍어로 말하며 중동에 있는 국가들 중에서 최근 가장 핫하게 뜬 곳은? 두바이 아닐까? 7개 토후국으로 이루어진 아랍에미리트연합국(United Arab Emirates)의 하나인 두바이는 아라비아반도에서 변방 중의 변방이었다. 그곳 해안가 사막에 살던 사람들은 주로 진주잡이 어민들이었다. 그런데 새천년이 시작될 무렵 두바이는 가장 각광받는 곳이 되었다. 오일머니로 시작했다지만 지금 두바이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는 데…. 정말 그럴 만도 하겠다. 두바이는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탈석유를 지향했다. 부동산 금융 서비스 관광 항공 산업을 위주로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 잡았다.

그런 두바이에 처음 갔을 때 의아했다. 여기가 정녕 두바이던가? 언론에서 보던 최첨단 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며 늘어선 휘황찬란한 두바이가 아니었다. 두바이 구도심에 해당하는 데이라(Deira)에 숙소를 잡았기에 그랬을 수 있지만 두바이 같지 않은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슬람국 아랍국 중동국임에 확실한 두바이지만 내가 처음 접한 두바이는 전혀 이슬람국-아랍국-중동국 같지 않았다. 공항에선 아랍 전통 터번을 쓰며 흰옷을 입은 아랍 남자들이 있었지만 두바이 시내에는 거의 없었다. 아주 어쩌다 두바이 자국민을 뜨문뜨문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구의 약 80%가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란다. 결코 정상은 아니다. 남자들이 더 많이 들어 왔으니 남녀 성비가 7:3으로 남자가 압도적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길거리엔 매춘용 명함이 바닥 무늬처럼 쫙 깔려 있었다.

분명히 두바이에 왔지만 두바이에 온 게 아니라 인도의 어느 대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길거리엔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를 포함하는 인도계 남자들이 두바이 곳곳에 온통 진을 치고 있었다. 식당에서도 주로 인도 계통의 음식을 팔고 있었다. 결국 내가 언론에서 본 두바이는 근사한 보기 좋은 삐까번쩍한 한쪽 면에 불과했다. 실제 있는 그대로의 두바이는 사정이 달랐다. 발음이 비슷한 뭄바이 같았다. UAE의 수도는 아부다비지만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큰 곳이 두바이(Dubai)이듯이 인도의 수도는 뉴델리지만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큰 곳이 뭄바이(Mumbai)다. 둘 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해양도시다. 나는 두바이에 왔지만 뭄바이에 온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두바이가 뭄바이와 같은 인도의 한 대도시처럼 되는 건 아닐까? 아무리 두바이 자국민이 상층부 계층을 이룬다지만 과연 지속가능한 두바이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이 왔다리갔다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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