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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들 첫 모임…내달 위령제 연다

부랑인시설 직권조사 결정 계기,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들 한자리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9-17 19:36:42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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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여 년 전 유년 시절 아픔 나눠

전국에 흩어진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들이 17일 부산으로 모였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서정리위원회 직권조사 결정(국제신문 지난달 24일 자 1·3면 보도) 등을 계기로 부산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가 이날 동구 형제복지원 피해자지원센터에서 첫 총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지옥과도 같은 삶을 견디다 어린 생을 끝내야 했던 이들을 위해 매년 위령제를 지내기로 결의했다.
17일 부산 동구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서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총회가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날 총회에는 부산 외에도 대전, 세종, 경남 마산, 충남 당진 등 전국의 피해자들이 발걸음했다. 피해생존자 대부분에게는 이날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첫날이었다. 상당수는 영화숙·재생원의 ‘부랑아 청소’가 극에 달했던 1960년대 어린아이의 몸으로 시설에 갇혀 생지옥의 삶을 감내했던 이다. 60여 년 전 꼬마들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돼 오랜 시간 저마다의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옛 이야기를 맞춰보며 화합했다. 당진에서 온 이인철(63) 씨는 “영화숙이 지역 각지에 뒀던 연락사무소에서 생활했다. 당시 ‘여수뱃머리’로 불린 연안여객부두와 전포동 등에 사무소가 있었는데, 거리의 아이들을 단속한 뒤 이곳에 모아 짚으로 덮어 가린 뒤 밤마다 본 시설로 옮겼다”며 “오랜 시절 말 못한 이야기를 알아주는 이들을 만나러 부산에 왔다”고 전했다.

협의회는 다음 달 23일(음력 9월 9일) 영화숙·재생원 사망자를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이날은 음력으로 망자의 날이다. 이와 관련해 협의회는 예전 영화숙·재생원이 자리했던 현 부산 사하경찰서, 여아소대와 가까운 성일여고 인근 산자락 등 3곳을 대상으로 부산시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피해생존자들은 시설에서 아동이 죽으면 인근 야산의 소나무를 뽑아 생긴 구덩이에 암매장했다고 증언해왔다.

협의회는 또 정관 등 세부적 내용을 갖춰 비영리단체로 공식 등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피해생존자 발굴이나 과거 기록 확보 등의 공식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피해생존자 중에는 별도의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노령층이 많은 만큼 향후 협의회가 장례를 치르는 방안도 논의됐다. 피해생존자 대부분은 무연고자로 분류돼 별도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협의회 활동이 남아있는 이들을 위한 길로 나아가길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생존피해자는 “우리는 전쟁고아로서 청소돼 그곳에 들어갔다. 살아계신 분들이 영광스럽게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다”며 “생존자 대부분은 고령이라 생활이 힘들다. 남은 생이라도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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